몽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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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일기
![IMG_3745.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SAC5ic5qzNyvq5LAwH4U3qSZwKg2cYjHHvKMf2bCrYqD/IMG_3745.JPG)

요즘은 내가 뭘 하고 다니는지 잘 모르겠다. 아침 일찍 나가 돌아오면 늦은 밤이고, 그럼 딱히 특별한 일도 없이 새벽까지 뒹굴뒹굴한다. 그러고도 일어나는 시간은 예전과 같아서 요즘 정신이 맑지 않다.

요즘 내 생활은 무척 여유로운데 그러면서도 여유 하나 없이 바쁘다. 훌쩍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가도 금세 마음을 고쳐먹는다. 가끔은 미간을 찡그리고 못생긴 표정을 짓게도 된다.

오늘은 읽던 책을 끝까지 읽고 싶었다. 피곤한 몸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중간에 잠깐 잠들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 비몽사몽 끝까지 읽었다. 독후감은 피곤해서 못 쓰겠다 해놓고선 괜히 이상한 마음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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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학 동기를 만났다. 졸업 후에도 가끔 만나는 사이인데 뜬금없이 전화가 와선 지금 어디냐 물었다. 그 전화를 받았을 땐 먼 곳에 가던 중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어디'에 가고 있다고 말했는데, 동기는 벌써 그곳에 있었다. 거기서 다른 동기와 저녁에 공연이 있다는 이야기.

마침 저녁 시간엔 일정이 없어 공연장에 갔다. 공연장 1분 거리 카페에 앉아 책을 읽다가, 딴짓도 하면서 동기들을 기다렸다. 그들은 리허설을 하다가 잠깐잠깐 나와서 이야기를 하고, 다시 들어가고 또 나왔다. 나는 기다리다 심심해지면 공연장 로비로 가서 리허설 소리를 엿들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동기의 연주만 들렸다.

리허설이 전부 끝나고, 여유 있게 모였을 땐 셋이서 수다 한바탕이 열렸다. 잊고 있던 이름도 나오고, 걔네 아직도 사귀냐는 이야기도 역시 나왔다. 내가 가장 좋았던 말은 "이제 다시 앨범 내야지"라는 말이었다. 그 말이 '언제든 나랑 작업하자'라고 들려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 둘은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순탄친 않아 보였다. 어찌나 공을 들이는지 한번 들려달라는 지나가는 말도 꺼내기 힘들었다. 발매 선배랍시고 조언을 몇 개 하려는 걸 겨우 참았다. 요즘은 이런 말을 안 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대학 때도 그렇게 친하지 않았던 우리가 이런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만나 반가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 나는 운명을 믿진 않지만, 오늘 만난 우리 셋 만큼은 특별한 운명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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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이 기쁘다면 65일은 슬프다. 지금은 그 슬프고 쓸쓸한 65일 중 잠깐인 밤이다. 내 슬픔은 가벼워서 하루를 다 채우진 못하고 이 시간쯤 짧게 찾아온다. 토막 슬픔이다. 아까 책을 읽다 그대로 잠들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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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를 기다릴 때 카페에선 모아이가 나왔다. 원곡은 아니고 리메이크 버전 같았는데, 이게 무슨 노래인지 기억이 안 나 한참 들었다. 

>해맑게 웃을 때 나른한 걸까

라는 가사를 듣고 알게 되었다. 이 곡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https://www.youtube.com/watch?v=yU0r2pLDleY

**< 서태지 - 모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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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무력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나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타인의 문제를 마주했을 때가 그렇다. 실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는데, 모르는 척 노력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볼 때가 그렇다. 그리고 내 삶을 우선으로 두게 될 때가 그렇다. 나의 여유를 덜어서라도 도와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그러지 못하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저런 상념 때문인지 머리는 멍한데 잠이 안 온다. 뭐라도 해야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밤엔 괜히 누구에게라도 전화를 걸어보고 싶지만, 이젠 전화번호부를 애써 들춰보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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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1Tq0A6auoPY

**< 장기하와 얼굴들 - TV를 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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