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일기
kr·@ab7b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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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본가에 내려갔다가, 오늘 올라왔다. 어렸을 땐 '본가'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어른의 특권처럼 느껴졌다. 5년 전 고향을 떠나 자취를 시작한 이후로, 나도 '본가'라는 말을 쓴다. 실은 '본가'라는 단어보다는 아직까진 우리집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긴 하다. 본가에 내려가면 어찌나 피곤한지. 예전엔 무리하게 시간을 내 동네 친구들을 만나곤 했지만, 몇 년 전부턴 각자 사는 게 바빠 굳이 내려왔다는 연락도 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항상 나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 그간 연락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참았는지 쉴 새 없이 전화가 온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도 오랜만에 온 내 동네인데. 여기저기 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볼 때마다 부모님은 노쇠해지고, 힘을 잃어간다. 어쩐지 모든 힘을 세월에게 뺏겨, 나를 붙들 힘조차도 없는 것 같다.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연락을 보면서 나는 마음 한켠이 괜히 시렸다. 가끔 이곳에 올 때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이곳에 오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보곤 했다. 이번 방문에서는 얼풋 그 감정을 느끼게 됐고, 후련할 것이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허전했다. <hr>  이곳에 올 때마다 길면 하룻밤을, 짧으면 당일로 부모님을 보고 올라가곤 했다. 그렇게 바빴던 건 아닌데, 또 내려갈 때가 되면 늘 그렇게 바쁘곤 했다. 아마 우선순위가 부모님이 아니었기 때문이겠지. 오랜만에 나온 동네는 관광객도 많이 줄고, 곳곳에 임대, 매매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관광객이 사라지길 누구보다 바랐으면서도, 괜히 동네가 망한 것 같은 기분에 슬픔도 함께 느꼈다. 간만에 사람이 없는 '나의 동네'를 혼자 걷다 보니 자연스레 이곳에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린 일이 여럿 있었지만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으로 오늘까지 있었다.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일까? 늘 아름답다곤 생각했지만,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인지는 미처 몰랐다. 내려올 때마다 답답해서 이곳에선 못산다고,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내려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연고 하나 없는 이곳에서 뭐 하는 거지? 부모님과 나의 모든 유년 시절이 지방에 있는 나는 아등바등하지 않으면 서울에 있을 수 없다. 정지한 채로 있기에 서울은 너무 버거운 곳이다. 나는 글을 쓰고 있는 이곳에 머물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았다. <hr> 공연이 끝나 마음이 허하다. 그러면서도 서울에 오자마자 써야 하는 곡을 썼다. 감사하게도 항상 뭔가가 끝나면, 그래도 다른 무언가가 생기곤 했다. 그게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투덜대긴 했지만 돌아온 내 방이 못 견디게 편하고 아늑한 걸 보면 여기나 저기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같다. 멈추면서도 시작인 것도 같고, 잠깐 감성에 젖다가 금방 웃는 것도 같고. 그러니까 이건 그냥 하나의 선인 것도 같다. <hr> <sub>내 기준에선 바깥에서 일하지 않으면 휴일이니까 오늘은 조휴일을(?). 얼마 전 피드에 검정치마의 음악이 많이 올라왔다. 늦었지만 나도 편승해야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검정치마의 곡이다.</sub> https://www.youtube.com/watch?v=1n627VgMreM **< 검정치마 - I like watching you 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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