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kr·@activewhale·
0.000 HBD새 책.
.jpg) 새로 나올 산문집에 들어갈 약력과 서문, 그리고 책 뒤표지에 넣을 글을 썼다. 책이 정말 나오려나 보다. 이번 책은 무사히 잘 나왔으면 좋겠다. ___ [약력] 세 권의 시집과 한 권의 산문집을 냈습니다. 조용히 글 쓰는 일과 조용히 걷는 일을 좋아합니다. 창문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새벽을 좋아합니다. 물끄러미, 가만히, 몰래, 이런 단어들을 좋아합니다. 우연을 좋아합니다. 조리돌림을 싫어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후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후의 삶을 응원합니다. ___ [서문] ‘그 일’이 있고 난 후 책장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네 글자를 새겨두었습니다. 작은 칼로, 책장 나무에, 소창다명(小窓多明)이라고, 그렇게만 새겨두었습니다. 작은 창문에 많은 빛이 깃든다는 뜻입니다. 창문을 작게 열어놓으면 빛이 더 많이 들어옵니다. 그건 역설이 아니라 어떤 은유입니다. 작은 창문으로 우글거리는 빛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황홀합니다. 이 책은 저의 작은 창문이고 많은 불빛들은 이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눈빛입니다. 당신의 작은 창문과 나의 작은 창문이 빛으로 이어지는 상상을 합니다. 이후의 삶이 문득 신비로워지는 순간입니다. ___ [뒤표지 글] 위로도 준비가 필요하다. 슬픔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는 방향이 ‘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로 향해 있다. 그건 위로가 아니라 슬픔을 목격하고 있는 자신의 고통을 덜기 위한 도피에 가깝다. 지금이 위로를 해야 하는 시간인지 그냥 지켜봐야 하는 시간인지 알 수 없다는 거, 어쩌면 그게 ‘위로’라는 행위 자체의 ‘불구성’인지 모른다. 너의 곤경과 너의 슬픔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않겠다는 건 그래서 많은 경우 방치가 아니라 준비의 시간이 된다.
👍 activewhale, muksteem, recover2, wonsama, spichka, skytinv, timofeybat, zihnaidas59, damitri, joceo00, virus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