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경기에서의 개인 플레이와 개인 경기에서의 팀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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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경기에서의 개인 플레이와 개인 경기에서의 팀 플레이
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에 대한 비난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팀 경기에서 개인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왕따와 파벌, 인터뷰 태도 등등은 그 핵심의 전후좌우에 위치한다.

빙상은 특이하게 개인 경기에서도 팀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쇼트트랙은 그 종목 강국인 한국, 중국, 캐나다가 한 종목에 두 명 이상이 결승에 진출했을 때 한 선수가 다른 팀 선수를 방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선수가 우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매우 자주 있어왔다.

중국은 아직까지 그런 경향이 노골적으로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현상이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부터 선수들이 그런 역할 분담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끼리 충돌 사고가 일어났던 남자와 여자 1천미터 경기는 그런 역할 분담이 사전에 전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이번에 처음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는 이런 팀플레이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 오늘 경기도 노골적인 팀플레이였다. 

사실이 그렇더라도 겉으로는 좀 아닌 척 했으면 해줬으면, 방송 해설자나 이승훈이나 정재원이나, 보도하는 언론들이나 이를 전혀 부인하지 않았다.

<center>![쇼트트랙](https://res.cloudinary.com/hpiynhbhq/image/upload/v1519486632/c4tepxslqf6a5wih9lfd.png)
</center>
경기 내용을 보면 아닌 척 하기도 어려웠다. 개인 경기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정재원은 16바퀴의 레이스 동안 14 바퀴를 맞바람을 홀로 견디며 달리는 '바보 짓'을 했다.

김보름은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이런 팀 플레이 없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아마도 이승훈 역시 정재원의 도움이 없었어도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 나는 이런 개인 경기에서의 팀플레이가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매스스타트 결승에 같은 국가의 선수를 2명으로 제한한 것은, 실력이 있으면서도 같은 국가라는 이유로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지, 두 명이 올라오면 밀어주고 끌어주는 담합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같은 국가의 선수를 2명으로 제한한 것은, 실력이 있으면서도 같은 국가라는 이유로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는 것

그러나 그것은 내 개인 생각이고 많은 분들이 그런 팀 플레이를 칭송하고 있고, 무엇보다 '당자자'인 국내외 빙상계에서 그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이 없으니 굳이 대놓고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명백한 개인 경기에서 한 개인이 다른 개인과 국가의 영예를 위해 '소모'되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몇몇 유망 선수들이 이승훈의 페이스메이커로 '소모'됐다는 비난이 계속 있어왔다.

> 하지만 명백한 개인 경기에서 한 개인이 다른 개인과 국가의 영예를 위해 '소모'되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오늘 이승훈이 정재원의 손을 잡고 링크를 돈 것은 고마운 것도 고마운 것이지만, 정재원이 '소모'되지 않고, 자기가 떠난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나도 그러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보'가 '담합에 의한 소모'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발판'으로 역할을 할 수가 있어야 '개인 종목에서의 팀 플레이'를 바라보는 불편함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사족-1

그런데 만약 박지우가 결승에 진출했었다면 그 역시 김보름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했을 것이고, 김보름의 성적은 그런 팀 플레이의 결과로 해석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어쩌면 태극기를 펼쳐놓고 큰 절을 올리는 퍼포먼스를 할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 사족-2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에 대해 몇 년 동안 올림픽만 바라보고 뛰어온 선수들의 '희생'에 분개했던 사람들은 오늘 정재원의 '희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 고일석 작가님의 페북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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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 외부의 좋은 글을 원저자의 허락 하에 옮겨옵니다. 저의 파워로 글쓴이들에게 보상을 드릴 수 있는 그날까지 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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