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by 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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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by 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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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다! 즐겁다! 그러면 안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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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age.kyobobook.co.kr/images/book/xlarge/854/x9791160400854.jpg)

명성은 익히 들어왔으나 접할 길이 없었던 책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드디어 읽었다. 왜 이제야 읽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재미있고 강렬했다.

일단 책의 어조 자체가 무척 가볍다. 말장난 같기도 하고, 헛소리 같기도 한데, 그걸 따라가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면서도 재밌다. 한 장 걸러 한번씩 피식피식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렇게 가볍고 유쾌한 책이라니! 처음 나왔을 때 정말 모든 이의 주목을 확 끌었을 것 같다.

책에서는 야구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특히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팀은 들어본 적도 없고, 야구에 대해서도 그저 수박 겉핥기 정도로만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려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이 책은 야구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하나, 그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두가 일류가 되고자 하고, 프로가 되려할 때 잠깐만, 삶에는 그거 말고도 뭔가 더 있지 않아? 하고 소매를 붙드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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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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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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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진짜 글 잘쓴다. 이렇게 가볍고 유쾌한 글 오랜만이다. (김영하의 단편 "옥수수와 나"가 떠올랐다) 
-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프로는 아름답다. 이런 말을 들으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아름답기는 개뿔. 
- 책이 출간된 건 어언 15,6년 전.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젊은 나에게 좀더 위안이 됐을 거 같다. 
- 물론 지금 읽어도 충분히 위안이 된다. 재미도 있고.
- 그런데 2,30대에 이렇게 사는 것과 달리 40대 이후에 이렇게 사는 것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거 같다.
- 이제 용기만 내면 된다. 용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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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시다면, 책을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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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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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아무리 봐도 3위와 4위가 그럭저럭 평범한 삶처럼 보이고 6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하위의 삶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프로의 세계다. 평범하게 살면 치욕을 겪고, 꽤 노력을 해도 부끄럽긴 마찬가지고, 무진장,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해봐야 할 만큼 한 거고, 지랄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 ‘좀 하는데’라는 소리를 듣고,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의 노력을 해야 ‘잘하는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꽤 이상한 일이긴 해도 원래 프로의 세계는 이런 것이라고 하니까. (p. 127)

**2.**
> “처음 널 봤을 떄 …… 내 느낌이 어땠는지 말해줄까?”
“어땠는데?”
“9회 말 투 아웃에서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상황을 맞이한 타자 같았어.”
“뭐가?”
“너 4년 내내 그렇게 살았지? 내 느낌이 맞다면 아마도 그랬을 거야. 그리고 조금 전 들어온 공, 그 공이 스트라이크였다고 생각했겠지? 삼진이다, 끝장이다, 라고!”
“……”
“바보야, 그건 볼이었어!”
“볼?”
“투 스트라이크 포 볼! 그러니 진루해!”
“진루라니?”
“이젠 1루로 나가서 쉬란 말이야…… 쉬고, 자고, 뒹굴고, 놀란 말이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봐. 공을 끝까지 보란 말이야. 물론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겠지. 어차피 세상은 한통속이니까 말이야. 제발 더 이상은 속지 마. 거기 놀아나지 말란 말이야. 내가 보기에 분명 그 공은 – 이제 부디 삶을 즐기라고 던져준 ‘볼’이었어.” (p. 235)


**3.**
> 그 <자신의 야구>가 뭔데?
그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야. 그것이 바로 삼미가 완성한 <자신의 야구>지. 우승을 목표로 한 다른 팀들로선 절대 완성할 수 없는 – 끊임없고 부단한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의 결과야.
뭐야, 너무 쉽잖아?
틀렸어! 그건 그래서 가장 힘든 <야구>야. 이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하기 힘든 <야구>인 것이지. 왜? 이 세계는 언제나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야. 어이, 잘하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거 같은데? 누군 이번에 어떤 팀으로 옮겨갔대. 연봉이 얼마래. 열심히 해. 넌 연봉이 얼마지? 아냐, 넌 할 수 있어. 그걸 놓치다니! 방출된 사람들이 뭘 하며 사는지 아니? 넌 주무기가 뭐야? 도루해, 도루! 이봐, 팀을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는 건 당연하잖아! 밤중에 연습이라, 보기 좋은데! 다음달까지 타율을 2푼만 끌어올린다. 왜, 그것도 힘들 것 같아? 좋아, 잘하고 있어. 넌 어디 출신이야? 더 열심히 해! 오늘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뛰어!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 이봐, 뭘 생각해? 생각할 시간 있으면 뛰어 병신아! 훈련 시간에 늦지 마. 연봉이 아깝다, 연봉이 아까워. 이봐, 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는 게 말이 돼? 네가 그러고도 프로야? 응? 너 이 세계가 얼마나 냉정한지 모르지? 너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지 모르지? 맛 좀 볼래? 한눈팔지 마! 언제 공이 올지 모르잖아! 몸을 날려! 날리란 말이야! 이봐, 기왕이면 멋지게 살아야지. 안 그래? 이 악물고 해봐. 뭐? 맘대로 해. 너 아님 뛸 선수가 없을 거 같아? 줄을 섰어! 줄을!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야. 넌 우리 팀의 대들보다. 이봐, 신문에 뭐라고 났는지 알아? 기본이 안 돼 있어, 기본이! 잘했어, 그러나 팀 기여도를 생각하면 생각처럼 좋은 성적은 아닌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힘들어? 힘들면 나가! 둘러봐, 다들 똑같은 조건에서 너보다 더 열심히, 잘하고 있잖아! 그게 힘들어? 힘든 걸 이겨내는 게 프로야! 좋아, 열심히 해.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지. 몸이 힘들면 정신력으로 이겨내! 올해 목표도 우승이다. 다들 알지?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 어이, 체인지 업만으로는 이제 안 된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응? 세상 돌아가는 게 눈에 안 보여? 응?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던져! 잡아! 뛰어! 쳐! 빨리, 빨리 달려! 라고 하는데, 그 속에서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를 견지한다는 것은 실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야. (p. 251)

**4.**
>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
>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p.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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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저자: 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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