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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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jaeh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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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늙자~
퇴근... 하루 일의 마무리이자 또 다른 시작

내일을 위한 일거리를 남겨두고 과감히 퇴근길에 오른다

서울 생활을 마감하고 김포로 이사한 지 어언 4년 차 

지옥철이라 불리우는 9호선에 몸을 실으려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기다림을 반기듯  반대 쪽에서 열차가 들어온다

급행열차이기에 줄도 길다

여기서 조금만 방심하면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힘들어진다

드디어 열차가 멈추고 문이 열린다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줄이 한순간 입구로 몰린다

아 근데 나를 막아선 이 느낌은 뭐지

입구에 누군가 막고 서서 내가 생각한 위치에 못 들어가게 막고 있다

그것도 젖먹던 힘을 다해서...

순간 뭐 지란 생각에 힐끗 쳐다본다

내 키가 185 정도 되니 웬만하면 내 시야 밑이라...

뭐지 검은 모자를 쓴 여자애 같았다

출입문이 닫힌다는 안내가 나오자 내 의지와 상관없는 밀침이 시작된다

겨우 탔다. 휴~

원하던 위치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승차했다는 안도감으로 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매일 이 시간에 그렇듯 게임을 시작한다

급행이기에 다음 역은 당산

안내 멘트가 나오자 반대쪽 입구 쪽으로 몸을 움직이려는 사람들의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드디어  반대쪽 입구가 열리면서 

사람들이 물빠지듯 빠져나간다

그 순간 나를 강하게 밀치고 가는 느낌을 받는다

아... 아까 그 여자애였다

있는 힘껏 나를 밀치고 간다

난 순간 욱해 야~ 라고 소리쳤다

순간 나한테 돌아온 한 마디

'늙었으면 곱게 늙어야지'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나에게 이 한마디를 던지며 

검은 모자 아이는 반대쪽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난 아직 마음은 10대인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문이 닫히고 열차가 다시 움직인다

내 맘은 종착역이 될 때까지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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