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나들이
kr·@code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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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언제부턴가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는데 내가 무슨 갑부라 그런 건 전혀 아니고 늘 다니는 곳만 다니다 보니 활동반경이 좁아서 그런 것뿐이다. 사실 난 정말 서민 중에도 으뜸(?)서민이다. 그런데 오늘 엄마와 함께 정말 오랜만에 버스를 탈 일이 생겼다. 엄마는 나보다 더 버스를 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 둘은 버스를 타기 전부터 살짝 긴장을 했다. 일단 버스를 탈 때 단말기에 전화기를 갖다대는 것부터 자신이 없었다. 예전에 잘 안 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불안했다. 만일을 위해 현금을 꺼내 들고 있기로 했는데 또 버스비가 얼마인지를 모르겠어서 일단 4천원을 꺼내서 쥐고 있었다. 엄마는 아주 오래전 버스비가 얼마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아줌마 간첩이에요?'하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주눅이 들었다. 우리는 혹시라도 간첩으로 오인받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4천원을 들고 있기로 했는데 갑자기 엄마가 옆에 있던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들에게 버스비가 얼마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어찌나 창피하던지..그런데 그 대학생들도 정확히는 몰라서 서로 계속 물어보더니 대략 1300원 안팎일 거라고 했다. 오호! 저 사람들도 간첩인가.  버스가 오니 엄마가 전화기를 나한테 주셨다. 단말기에 댈 줄 모르니 나보고 대라는 것이다. 내 전화기 대는 것만으로도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었는데 졸지에 전화기 2개를 들게 됐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단말기에 댔더니 내 전화기는 되는데 엄마 전화기는 안 됐다. 역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기사아저씨에게 하나가 안 된다고 하니 한번 더 찍으라고 하셔서 다시 했는데 뭔가 찜찜했다. 몇 번이나 결제된 건 아닌지 불안했다. 엄마가 지정해준 빈 자리에 앉아서 티머니부터 확인을 했다. 난 서민 중의 서민이니까. 다행히 결제는 2명 분만 됐다. 그리곤 첫번째 신호대기에 서자 건너편에 앉아계시던 엄마가 자리를 바꾸자는 것이다. '니 자리가 더 편해보인다. 여긴 너무 불편해' 비틀거리면서 부득불 자리를 바꿨는데 역시 엄마 말이 맞았다. 무슨 비행기 비즈니스석도 아닌데 도대체 좌석의 앞뒤 간격은 왜 이렇게 넓은지 이해가 안 갔다. 그리고 팔걸이 손잡이는 의자랑 같은 높이에 오른쪽 하나만 있으니 코너를 돌거나 정지했다 출발할 때마다 몸의 중심을 잡는 게 힘들어서 계속 온 몸에 힘을 주고 가야만 했다. 버스가 이렇게 불편하지 않았었는데 왜 이렇게 됐나 싶었다. 그래도 모처럼 창밖을 보면서 즐기려 하는데 내 뒤에 있던 아이가 자꾸만 내 머리카락을 만지고 내 귀 가까이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오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아이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내 머리를 만졌다. 속으로만 '이 놈의 자식, 손 안 치워' 를 되풀이했다. 내릴 때 단말기에 다시 전화기를 대는 것도 역시 한번에 되지 않았다.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 다시 대도 또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 결국 세번만에 성공해서 내렸는데 내릴 때 왜 단말기에 다시 대야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가끔 버스를 탈 때마다 느끼는 건데 버스를 타는 일은 쉽지 않다. 버스 나들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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