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경북 칠곡 꿀벌 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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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박물관(체험관)은 처음이다. 산토끼 노래동산, 그럴 수 있다. 토끼는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우리 집에도 토끼 인형이 있다. 양떼 농장, 그럴 수 있다. 몇 년 전 극장에서 팝콘 사먹고 사은품으로 받은 못생긴 양 인형이 집 책장 어딘가에 앉아있다. 생태박물관도 좋다. 박제된 여러 동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 그런데 꿀벌 체험은 뭘까. 꿀벌을 쓰다듬으며 벌침에 한 번 쏘여보고 ‘아, 봉침!’비명을 지르며 튼 살이 치료되는 한의학적 효과를 만끽한 뒤 만족스런 표정으로 로얄제리를 한 통 사서 나오는 그런 곳인가. 인터넷 지도에 검색되는 정식 명칭은 [꿀벌나라 테마공원](http://honeybee.chilgok.go.kr)이다. 경북 칠곡군에서 ‘우리 도시는 예로부터 아카시아 꿀로 유명했습니다, 에헴. 다들 다른동네꿀 사먹지 말고 우리 동네로 와서 구경하고 앞으로 많이들 사시오.’라는 취지로 만든 ‘무료 입장’이 가능한 공원이었다. 역시나 정보의 출처는 아이 엄마가 즐겨찾는 대구지역 인터넷 맘까페였다. ‘좋더라’는 말만 보고선 사전조사도 없이 일단 차에 시동부터 켜는 무모한 중생의 주말 일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JPG) </br> 왜관지구 전적기념관,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칠곡보, 꿀벌 뭐시기. 모두 한 군데 모여 있다. 춥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었다. 이 날 아이는 좀 얌전했는데, 집에서 출발 전에 외투를 입기 싫다고 울면서 거실을 255바퀴 구르고 발꿈치로 매트를 65535회 쿵쿵 찍은 다음이라 그렇다. 개관한지 얼마되지 않은 덕분에 모든 체험은 1인 1회에 한하여 무료였다. 중복 참가 방지를 위하여 생년월일을 확인한 다음 5개 정도 되는 체험활동 중 1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 마감이었다. 제법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부지런한 꿀벌같은 사람들이 많이 찾은 탓이다. 우리는 ‘꿀뜨기 체험’과 ‘벌꿀 연고 만들기 체험’을 신청했다. 부부가 각자 자기 이름으로 하나씩 신청하고 ‘아이는 구경만 할테니 같이 들여보내달라’고 했다. .jpg) <center>연고만들기 체험</center> </br> 연고는 저절로 만들어지니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된다. 처음에 큰 통을 하나 준다. 그 통에 책상 위의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기다린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밀랍을 준다. 통에 넣고 기다린다. 조금 후 통을 수거해 간다. 기다린다. 통을 중앙의 가열기에 올려 밀랍을 녹여준다. 다시 받을 때까지 기다린다. 아까 가져갔던 큰 통을 사진의 작은 연고통과 함께 돌려준다. 작은 통에 액체를 붓고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액체가 식으면서 연고가 되는데 그걸 들고 나가면 된다. 우리는 밥 먹으러 나갔다가 3분 정도 늦게 입장했는데 대기인원이 많았던 탓에 체험을 조금 일찍 시작한 듯하다. 앞에 있는 강사의 설명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를 놓쳐서 다행이었다. 제 시간에 갔다면 아이가 책상의 오일로 무슨짓을 했을지 모른다. .jpg) <center>두근두근 꿀뜨기 체험</center> 좌측 노란 벌통에서 직사각형으로 짠 나무틀을 꺼낸다. 우측상단 사진처럼 그 틀을 통에 담아서 관찰하는데 정육각형 밀랍 칸 내부에는 꿀이 가득 들어있다. 그걸 40ml 작은 통에 담아가는 게 꿀뜨기 체험의 내용이다. .JPG) </br> 먼저 밀랍과 벌꿀을 한데 긁어서 과자위에 올려서 나눠준다. 집에서 먹던 꿀과 달리 훨씬 끈적하고 깊은 맛이 난다. 강사가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손가락으로 얼른 푹 찍어서 꿀을 빨아먹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고 힘들었다. 꿀단지를 들고 있는 곰돌이 푸, 그의 표정이 왜 그렇게 밝은지 알겠다. .jpg) </br> 벌꿀 틀을 둥근 기계에 넣고 손잡이를 마구 돌린다. 서로서로 손잡이를 돌리려고 줄을 선다. 아, 이것은 토끼공원이나 양떼목장에서 본 장면이다. 서로 일을 하려고 앞을 다투다니. 세상에는 다양한 욕구가 존재한다. 레버를 돌리면 아래의 관으로 꿀이 흘러나온다. 아까 맛본 그 꿀이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어릴 적 오락실, 게임 잘하는 형 옆에서 구경만 해도 즐거웠던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JPG) </br> 오늘 근로의 소득이다. 집에 와서 집사람에게 맛을 보여 줬더니 비명을 지른다. 지금까지 먹었던 꿀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대형마트에 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긴 꿀과는 숙성도에서 차이가 있는 듯하다. 무료 체험기간이 끝나면 1인당 7천원 가까이 하는 체험비를 내야 한다. 6~12세 정도의 아이와 함께 하기에 좋을 것 같다. .jpg) </br> 전시관 내부에서도 벌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트루먼 쇼를 보는 것 같다. 아파트를 반으로 잘라 단면을 들여다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본능에 따라 성실히 꿀을 모아 오지만 꿀의 주인은 되지 못하는 삶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전시관 벽면에 꿀벌들에 대한 사랑 그득한 편지들이 걸려있다. <center>.jpg) </center> <center>꿀벌 연극</center> </br> ‘말벌의 공격을 이겨내고 멀리 있는 꽃을 찾아 8자 모양의 춤을 추고 애벌레를 기르는 일벌들’이 등장하는 인형극. 여왕벌이 가끔 퀴즈를 내어 상품을 나눠주는데 초등학생쯤 되어야 맞출 수 있는 문제, 쓸 수 있는 상품이다. ‘아빠, 나는 언제 저거 받아?’라고 묻는 아이의 말에 마음이 아프다. 부모 욕심에 귓속말로 ‘얼른 손들고 로열젤리라고 외쳐’라고 했지만 아이는 손을 들고 로제리얄 이라고 외친다. ‘이번엔 육각형이라고 해’라는 내 말을 듣고 형이라고 외친다. 벌이 집을 짓는 장면에선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다. 무대에 나가서 육각형 방석을 차곡차곡 놓아야 하는데 내 아이는 나가서도 한 손을 번쩍 들고있다. 아직 선물에 대한 미련이 남았나보다. 날갯짓을 하며 다시 자리로 들어와야 하는데 다른 아이들을 따라 날갯짓을 하면서 여왕벌의 바구니를 쳐다본다.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가 여왕벌의 선물 바구니를 뚫을 기세다. 결국 끝까지 상품을 받지 못했다. .JPG) <center>체험시간표와 체험비</center>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적당한 가격이라는 생각은 든다. 사진을 찍는데 직원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니 항상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란다. 어떻게 보면 칠곡 특산품 홍보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기념품가게나 매점이 없는 게 아쉽다. 전시관 내부의 ‘벌꿀 상품 전시코너’에서는 칠곡 아카시아, 잡화꿀 생산자의 전화번호가 적힌 상자도 함께 전시하고 있었지만 집사람은 꿀벌을 꼭 사서 가고 싶어했다. .JPG) </br> ---  <center>출처: [꿀벌나라 테마파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honeybee.chilgok/)</center> 방문 장소: 꿀벌나라 테마파크 주소: 경상북도 칠곡군 석적읍 강변대로 15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