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는 글
kr·@ddllddll·
0.000 HBD제목없는 글
바람벽에 기대어 서니 세상 끝 바람이 나를 스쳐간다 나도 벽인 줄 아는지 돌아보지도 않고 앞으로만 간다 나는 바람이 되고 싶었다 기대어선 벽보다 앞으로 가는 바람이고 싶었다 제자리에서 맴도는 시간보다 세상 끝 가는 바람이고 싶다 끝에서 끝으로 부는 바람은 그러나 멈춰있다 바람은 불지 않는다 그저 돌아온다 ------------------------------------------------------ 좋아하는 시인이 있어요 사직동 언덕에 살고 있는.. 제 20대의 한 켠에 커다랗게 자리잡고 좀처럼 곁을 주지도 달아나지도 않았죠 시인처럼 되고 싶었어요 앞으로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되돌아 올 용기도 없던 때... 매일같이 사직동 언덕을 올랐어요 그것밖에 할 일이 없었어요 어느 날엔 언덕 초입 슈퍼에서 산 3천 원어치 귤 한 봉지 들고 올라가 초인종을 눌러볼까... 한 없이 망설이다 시인이 키우는 개의 짖는 소리나 들어볼까 기웃거리다... 시인의 집 대문이 보이는 맞은 편 집 낮은 담벼락에 앉아 제목 없는 글 몇 자 적어 골목에 남겨 두고 왔어요 그때 적었던 글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