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2] 세상과 블록체인 만남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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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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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2] 세상과 블록체인 만남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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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입니다. '얼굴이라도 보게 다음주에 한 번 들려'라며 연락주시는 예전 직장 선배님이 계십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얘기하면 서로 인사치레로 넘기기 마련인데, 이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면 '정말' 가야합니다. 빈 말이 없으신 분이거든요.

사무실을 방문해 보면 여전히 똑같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투자 전략을 짜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오류를 잡고, 코딩하고, 서버를 돌립니다. 수많은 컴퓨터가 돌고 있으며 모니터마다 온갖 챠트와 실행 프로그램들로 가득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정작 블록체인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 저는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이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졌던 저는 그야말로 '이단아'였나 봅니다. 조만간 또 사무실에 들르게 되면 이런 얘기들을 들을 것이 뻔합니다.

* 아직도 코인인가 뭔가 하고 있니? 그거 사기쟎아.

실제로 제가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저를 다단계 모델에 빠진 사람쯤으로 보시는지는 모르나 제가 부러할만큼 프로그래밍 능력이 출중하신 어느 분은 블록체인 이야기는 거들떠 보지도 않으십니다.

한 때는 이분들이 세상을 너무 '늦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블록체인을 필두로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데, 이미 1세대 - 2세대 - 3세대 코인 등등 얼마나 빨리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플랫폼과 코인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마치 전도사라도 된 듯 이런저런 얘기를 설파해 봤지만 대부분 다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럼데 요즘에는 이분들도 본인들만의 명확한 판단 기준에 의해 움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눈에는 이분들이 너무나 '보수적'인 분들이었지만, 아마도 이분들에게는 제가 얘기하는 세상이 너무나 '급진적'이었을 겁니다. 

이분들의 업무는 레버리지를 크게 쓰는 금융상품을 다루고, 수십 수백 분의 1초 단위로 실행되는 매매 프로그램를 만들고 실행하는 작업들입니다. 그러나 이분들은

* 노후 설계로 은행 적금이 최고라고 생각해 몇 십년째 실천하며
* 유산으로 받은 농장을 굳건히 지키며 부동산을 쥐고 가는

그런 분들입니다. 이렇게 '안전 자산'을 신뢰하는 성향이 공교롭게도 화끈한 투자를 지향하는 회사에서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버팀목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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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세상은 내가 기대하고 예상하는 것보다 더욱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지 10년이나 되었지만 은행을 벗어난 분산된 기반에서 싸고 안전한 결제를 이루고자 했던 비트코인의 역할은 세상 일부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더리움이 나온지 5년이 되었지만 로켓을 달나라라도 쏘아올려줄 수 있을 것 같았던 스마트컨트렉트 역시 일정한 역할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좀 바꿔보니 이런 구세대(?) 합의 알고리즘은 조용히 필요한 만큼씩 뿌리를 내리며 확장해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소리없는 총성'처럼 말이죠. 불과 2년 전만해도 스팀잇 kr-market을 활성화 하려는데 마땅한 결제앱도 없고 부족한 인프라가 많다는 생각에 발을 동동 굴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운영팀 회의를 하다가 블록체인에 기반한 어떤 프로젝트가 차분히 성사되어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잠시 멍해졌었죠. 그 프로젝트에 사용된 것은 그저 ERC-20 토큰이 전부였습니다. 이더리움의 약점이라고 일컫는 것들이 그쪽 시장에서는 그닥 중요한 것이 아니더군요. 이더리움과 ERC-20토큰이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특징 그 자체로 충분했던 것입니다. 일명 '스마트컨트랙트'말입니다.

지식으로만 치면 그전에도 모르던 바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블록체인 세상의 뉴비가 된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는 10년 정도 묵힌 비트코인의 원장 기술이나 5년 정도 묵힌 이더리움의 스마트컨랙트 정도만 되어도 큰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준비된 영역이 많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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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사무실을 방문한다면 세상 흐름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이분들에게서도 이런 말씀이 나올기를 기대해 봅니다.

* 요즘 블록체인인가 하는 기술에 관심이 가던데,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어?

그러면 세상이 블록체인을 크게 받아들이려 이제서야 기지개를 펴고있나 생각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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