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494]귀농에 대한 로망
writing·@khaiyoui·
0.000 HBD[카일의 수다#494]귀농에 대한 로망
안녕하세요, 카일입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기억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자연을 좋아해선지 늘 귀농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요. 귀농이라는 것도 좀 웃기네요. 그냥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그게 귀농인가요? 무튼, 회사 업무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 보면, 그냥 아무도 없는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하고 싶다, 땀 흘리며,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일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자주 했었거든요. 그러다 작년부터 아버지가 본격적(?)으로 귀농을 하셔서 고향집에 자리 잡으신 뒤로, 시골집에 갈때마다 매 끼를 차려 먹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해야했습니다. 봄이 제일 바쁜 것 같아요. 뿌려놓은 씨에서 햇빛과 흙의 수분을 머금고 끊임없이 자라나는 채소들을 솎고, 솎은 아이들은 다듬고 반찬 해 먹고. 그 아이들이 자라나는 속도를 먹는 속도로 따라가지 못할 만큼. 주변에 나눠주고 해도 말이죠. 무튼, 가끔 가는 저야 그게 잼있고, 신나지만, 매주 가야 하는 어머니의 경우는 또 좀 다른 느낌이였습니다. 또 저는 거드는 주변인이지만, 어머니는 또다른 주인이니까요. 무튼, 그렇게 일을 하더라도, 모기가 많다고, 힘들다고 어려운 건 아버지가 나서서 다 하시고, 저는 부모님이 도와달라는 것만 하니 귀농의 참맛을 본다고는 못 하겠지요. 일단 저도 벌레는 싫어하니까요. 나름 저 혼자 가장 적극적으로 한 것이, 늙은 호박 수확하는 것이였습니다.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탐스럽기도 하고, 이제 정리 좀 해보고 싶은 맘이 컸는데, 엄마가 다 수확해도 된다고 해서, 뒷산 헤집으며, 외부 화장실 위에 올라가서 노란 호박 꼭지를 획획~ 가장 신나게 일한 순간인 것 같네요. 그래서 힘들 때면 늘 생각하게 되고, 더 가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새식구들 때문에, 꼬맹이들이 얼른 더 자라기 전에 눈에 담아 두고 싶어서 가고 싶은데, 몇 달째 못 가보고 있네요. 완전한 귀농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어쨌든 아버지 덕분에 간헐적 귀농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쑥 캐러, 고사리 캐러 시골집 가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