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찬란했던 시절,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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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it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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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찬란했던 시절, <써니>
마냥 순수하게 뛰어노는 학창시절, 사람들은 그 시절을 ‘좋을 때’라고 부른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는 이렇게 좋을 때가 있었다. 그것은 우리네 엄마들도 다르지 않다. 지금은 한 남자의 아내이고 한 가정을 이끄는 사람이지만, 그런 엄마들에게도 더없이 찬란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빛났던 엄마들의 그 시절 이야기, 영화 <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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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미는 딸 예빈이를 키우는 주부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미는 우연히 병원에서 학창시절 친구 춘화를 만난다. 춘화는 앞으로 2개월 밖에 살 수 없는 시한부 환자가 되어있었다. 춘화는 나미에게 죽기 전에 7명의 친구들(7공주)을 꼭 보고 싶다 말하고 나미는 친구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나미는 자신의 찬란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7공주의 멤버는 나미를 포함해 걸크러시 춘화, 속눈썹에 목숨 거는 장미, 욕쟁이 진희, 미스코리아 복희, 예쁨 담당 수지, 부잣집 딸 금옥까지 모두 7명이었다. 이들은 원래 6공주였으나 전학생 나미가 합류하며 7공주가 되었다. 이들은 라디오에서 ‘써니’라는 이름을 받고 그 이름으로 활동하며 온 학교를 누비고 다녔다. 중간 중간 작은 사건 사고도 있었으나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었던 그들은 어떤 어려움도 무리 없이 해쳐나갔다. 그러나 어느 날 벌어진 사건으로 퇴학을 당하게 되면서 7공주는 흩어지고 만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어른이 된 춘화, 나미, 장미, 진희가 나미의 딸 예빈을 괴롭힌 일진들을 혼내주는 장면이었다. 그들은 나이를 잊고 써니였던 시절처럼 정의감에 불태워 일진들을 해치웠다. 그 탓에 경찰서에 연행되었지만 그들에게는 결코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시 함께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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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7공주들은 대부분 꿈을 이루지 못했다. 화가를 꿈꾸던 나미도 그저 가정주부로만 살고 있고, 미스코리아가 되겠다던 복희는 노래방도우미가 되어있다. 장미 역시 적성에 맞지 않는 보험회사에서 부진한 성적을 올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꿈을 이룬 단 하나의 인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춘화’였다. 춘화의 꿈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7공주 멤버들을 보살피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이를 해낸다.

얼마 전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친구와의 우정이라는 것은 다 소용 없는 것이라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기억도 안 나게 된다고. 그러니 가족한테나 더 잘해주라고. 이것을 보고 오랫동안 고민했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나는 친구에게 항상 형식적으로, 예의를 차리는 정도로만 대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 끝에 이런 답이 나왔다. 물론 가족을 소중히 대하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구를 아예 버려버리는 것도 좋은 건 아니라는. 먼 훗날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친구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이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찬란했던 시절의 나, 그리고 내 옆에 있던 이들을 떠올리길 바란다. 거기에 더해 용기를 내 오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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