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부담감을 줄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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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sp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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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부담감을 줄이는 법
아기를 데리고 우리 아파트 안의 놀이방에 자주 간다. 

가끔 우리 아기랑 비슷한 또래의 아기가 엄마 아빠 
혹은 할머니와 놀고 있는데 나는 원래가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은 굳이 남들한테 다가가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기를 데리고 다른 쪽에 가 둘이 놀려고 하는데 
아기는 또래 아기가 있는 방쪽으로 걸어가 먼 발치서 
그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아기가 자기 또래 친구와 놀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고 아기를 데리고 그 또래아기 근처로 데려가 같이 놀게 하려 했으나 그냥 먼발치서 바라보거나 내 무릎에 앉아서 그쪽만 바라볼 뿐 같이 놀려 하지 않았다. 

상대방에 관심이 있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섣불리 바로 옆에 다가가서 막 들이대지는(?) 않는 것이다. 

아기의 이런 행동을 보고 느낀 것이 
우리 어른들도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이렇게 천천히 다가가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는 어른이 되고 나서 
모든 것을 참 '능수능란하게'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는 것 같다. 
마음 속으로는 어색하더라도 최소한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아야 한다. 

저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면 처음에는 어색한게 당연함에도 처음부터 엄청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 사람과 진작부터 친구였던 마냥 친근하게 '자연스럽게'(최소한 자연스럽게 '보이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든다. 

그러다보니 누군가와 교류를 시작하고 싶을 때 
마음 속에 부담이 더 되는 것 같다. 
처음엔 어색한게 당연한데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다가가려고 하니 부담이 되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타고난 친화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세바시 강연으로 유명해진 김창옥 교수의 '포프리쇼' 강연에서 보면 이런 제목의 강연이 있다. '내 마음의 툇마루' (내 기억력을 믿을 수는 없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 
 
시골의 집을 보면 손님이 바로 집에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지 않고도 앉아서 서로 주인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툇마루가 있는데, 

우리의 마음에도 이 툇마루를 놓으면 어떨까 
하는 그런 내용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을 바로 우리 집으로 들어오라고, 바로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기 전에 그 사람이 자신의 신발을 벗지 않고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주인과 마음을 여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우리의 마음에도 놓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참 좋은 말이라 생각이 든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전, 
내 마음의 툇마루에 내가 가까워지고 싶은
타인이 신발을 신은 채로 나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 사람이 좋다고 남의 집에 막 신발 벗고 방으로 쳐들어가려고 하기 전에 그 사람이 자신의 집에 나를 들이기 전에 나를 마음에 받아들일 수 있게 그의 툇마루에 앉아 있는 시간을 가지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진짜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가 금방 나를 그의 집에 들이지 않고 나를 계속 밖에서
신발 신은 채 기다리게 한다고 해서 금방 실망하고
그의 마음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 
그도 점점 나를 자신의 방에 초대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급하다. 
조금 시도하고 맘 먹은대로 안 되면 너무 금방 실망한다.

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밖으로 훤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모든 능수능란하게 잘 하지 않으면
왠지 내가 못난 것 같은 느낌에
어떠한 관계나 일을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기가 쉬운데, 

서로에게 툇마루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시작하는 것이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 

관계든, 일이든 
모든 한번에 척 되는 법은 없으니까.

[ 여우가 말했다. 

  "우리는 길들인 것만을 알 수 있어.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알려고 하지 않아. 가게에서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사지. 하지만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다고! 사람들은 이제 친구를 사귈 수도 없게 될 거야. 
만일 네가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야 한다는 말이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여우가 대답했다.

"인내심이 필요해. 
일단은 나와 좀 떨어진 풀밭에 앉아. 
내가 하는 것처럼 이렇게. 내가 너를 살짝 곁눈질로 쳐다보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 
말은 수많은 오해의 원인이 되거든.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넌 내게 조금씩 
다가오게 될거야." ]

-어린 왕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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