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월가를 들어가며: 첫 인터뷰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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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월가를 들어가며: 첫 인터뷰 (07)
<center>![DQmP8K4pEYMbMyCatbpBRGBA4TEornbHddVUkFUsa5WS1uo.jpg](https://steemitimages.com/DQmP8K4pEYMbMyCatbpBRGBA4TEornbHddVUkFUsa5WS1uo/DQmP8K4pEYMbMyCatbpBRGBA4TEornbHddVUkFUsa5WS1uo.jpg)</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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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들어가며]**는 뉴욕의 투자은행에 취직하기까지의 제 이야기를 각색한 연재 수필입니다. 지난 편은 본문 밑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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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축하드립니다. 귀하의 이력서와 지원서를 검토한 결과 1차 인터뷰를 진행하기를 원합니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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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 대형은행으로부터 온 이메일을 몇 번이나 읽어봤다. 기뻐야 하는 게 당연했지만 사실 좀 벙벙했다. 해당 은행에 근무하는 선배들의 이메일을 학교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연락을 못했고, 결국 큰 기대 없이 지원서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받았으니 '어떻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메일에는 나를 인터뷰할 두 사람의 이름과 인터뷰가 가능한 날짜와 시간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재빨리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감사 이메일과 함께 보냈다. 사실 겨울방학 내내 한국에 머물 계획이라 스케줄이 조금 걱정됐었는데 1차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될 예정이라 큰 문제가 없었다. 단 뉴욕과 14시간 시차가 있는 만큼 인터뷰는 아침 10시에 (뉴욕 시간 밤 8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방학 숙제로 계획했던 컨설팅 인터뷰 준비는 안중에서 떠나간 지 오래였다. 기적처럼 찾아온 첫 인터뷰를 위해 이력서를 다시 뽑아 내가 적어놓은 내용들을 한 줄씩 복습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아 온 각종 IB 인터뷰 문제집을 다시 풀어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책상에 앉았다가도 다가오는 인터뷰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어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노력만 했을 뿐, 이도 저도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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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뒤 약속의 시간이 다가왔다. 내 이력서와 엘리베이터 피치가 요약된 종이를 책상에 나란히 펼쳐놓고 이어폰을 낀 채 시계를 보며 10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정각이 되자 외국 번호가 핸드폰 액정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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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여보세요? 미네르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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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A 은행에서 전화드리는 Tiffany와 Eric입니다. 1차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전화드렸어요. 한국이라고 들었는데 거기는 지금 몇 시인가요? 통화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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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네 안녕하세요. 여기는 지금 아침 10시입니다. 중요한 기회인데 제 스케줄에 맞는 시간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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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시네요. 인터뷰는 약 30분 정도가 될 텐데 첫 10분은 인성면접, 다음 15분은 기술면접, 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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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ffany와 Eric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먼저 시작했다. 둘 다 나와 같은 대학교를 졸업했고 Tiffany는 1년 차 애널리스트, Eric은 학부를 졸업한 뒤 MBA를 거쳐 은행에 입사한 2년 차 어소시어트였다. Tiffany는 투자은행 내에서 사모펀드 고객들과 일을 하는 Leveraged Finance 부서에 있었고 Eric은 IT 회사들과 일을 하는 Technology, Media, and Telecom (TMT) 부서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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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ic: 저희 소개는 이 정도면 됐고 미네르바 씨 얘기를 좀 듣고 싶네요. 어떻게 해서 투자은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저희 은행에 지원을 하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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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은 처음이라 조금 떨리긴 했지만 이제는 몇십 번도 넘게 연습한 엘리베이터 피치를 무대 위에 선 배우처럼 차분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한국에서 자랐지만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왔고 이제는 더 큰 모험을 하기 위해 뉴욕 월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운을 떼었다. 경영대에 재학하며 여러 직업을 고려해볼 수 있었지만 투자은행만큼 사회 초년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직장이 없을 거라 결론을 내렸고, 기왕이면 Tiffany와 Eric이 일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커리어의 첫 시작을 끊고 싶다고 말하며 내 소개를 마쳤다. 

첫 자기소개 치고 괜찮게 한 것 같았지만 전화 인터뷰의 특성상 면접관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기에 감이 잡히질 않았다. 현재 스코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답답했지만 인터뷰는 계속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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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ffany: 정말 잘 들었어요. 이력서를 보니깐 지난여름에도 은행에서 인턴을 하셨네요. 거기서 일했던 경험은 어땠는지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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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2학년을 마치고 투자은행 업무가 제게 맞는지 알고 싶어 다양한 기회를 알아봤는데 운이 좋게도 한국에서 인턴 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은행에서는 애널리스트 분들의 업무를 보조하며 각종 엑셀과 파워포인트 작업을 담당했습니다. <br>
사실 야근도 많았고 업무 강도도 상당히 높았기에 인턴십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 동안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은행에 계신 많은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투자은
이 바로 제가 가고 싶은 길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br>한국에서 일을 한 것도 매우 좋은 경험이었지만 아까 말씀드렸듯 더 큰 무대를 경험하고 싶어 뉴욕 오피스에도 도전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후회는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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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ffany와 Eric은 이후 몇 분간 내가 이력서에 적어놓은 여름 인턴에 관한 내용들을 번갈아가며 물어봤다. 어려운 질문들은 아니었지만 내가 정말로 적어놓은 업무들을 했는지 안 했는지 꼼꼼하게 확인을 했다. 간혹 가다 이력서에 허위 내용을 적는 학생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혹시나 거짓으로 작성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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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ffany: 아주 좋습니다. 그럼 이제 회계 / 기업금융에 관련된 질문들로 넘어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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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시작된 지 10분 정도 지나자 인성 면접이 끝났고 본격적인 기술 면접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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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ffany: 먼저 회계 문제부터 가볼게요. 3가지 재무제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서로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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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3가지 재무제표는 손익계산서 (Income Statement), 현금흐름표 (Statement of Cash Flows), 그리고 재무상태표(Balance Sheet)입니다. <br>
일단 손익계산서는 회사가 기간 동안 얼만큼의 수익을 올렸는지를 나타내고 매출 (Revenue)에서 각종 비용(Expense)을 빼면 당기순이익(Net Income)이 나옵니다. <br> 
현금흐름표는 회사가 기간 동안 벌고 사용한 현금을 나타냅니다.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 투자활동으로 발생한 현금, 그리고 재무활동으로 발생한 현금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를 할 수 있습니다. <br>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은 아까 말한 당기순이익에 감가상각(Depreciation & Amortization)과 운전자금(Working Capital)을 더해서 계산할 수 있습니다. 투자활동으로 발생한 현금은 설비투자(CapEx)와 같은 수치를 포함하고, 또 재무활동으로 발생한 현금은 은행에서 빌린 돈이나 지급한 배당금 등을 포함합니다. <br>
마지막으로 재무상태표는 왼쪽에는 자산, 오른쪽에는 부채와 자본을 포함하는 표인데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냅니다. 아까 말한 현금흐름표를 통해 기간 동안 증가하거나 감소한 현금이 얼마인지를 계산할 수가 있는데, 남은 현금이 바로 재무상태표의 왼쪽에 있는 자산에 기입됩니다. 또 현금흐름표에서 계산한 감가상각은 자산을 감소시키고, 운전자금의 경우 자산과 부채 양쪽에 다 영향을 줍니다. <br>
그리고 손익계산서에서 계산한 당기순이익이 재무상태표의 오른쪽에 있는 자본에 기입되면서 재무상태표의 양쪽이 발란스가 맞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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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ffany: 뭔가 빠뜨린 것 같은데요. 영업활동 말고 다른데서 발생한 현금은 재무상태표 어디에 영향을 끼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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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아! 제가 깜빡했습니다. 투자활동으로 발생한 현금흐름에 해당되는 설비투자는 재무상태표의 자산을 증가시키고, 재무활동으로 발생한 현금은 부채와 자본을 늘리거나 감소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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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ffany: 네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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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급하게 얘기하느라 두 개를 빼먹었지만 바로 맞혔으니 큰 불이익은 없을 것 같았다. 친구들과 인터뷰 연습을 할 때는 회계문제를 틀린 적이 별로 없었는데 막상 인터뷰에서 이야기하려니 조금씩 헷갈렸다. 앞으로는 인터뷰를 하기 직전에 회계문제들을 한 번씩 복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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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문제는 그걸로 끝이었고 곧바로 기업금융 질문들로 넘어갔다. Eric은 가장 단골 질문인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3가지 방법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회사의 가치를 측정한다고 하면 뭔가 엄청 복잡할 것 같지만 '회사'라는 단어를 '집'으로 대체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집의 적절한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1) 비슷한 종류의 집이 예전에 얼마에 거래됐는지 보는 방법, (2) 비슷한 종류의 집의 현재 시세가 얼마인지 보는 방법, 그리고 (3) 집을 사서 평생 월세를 놓는다고 가정했을 때 월마다 나오는 현금을 현재의 가치로 할인한 다음 모두 더하는 방법.

이를 다시 회사에 비유를 하자면: (1) 비슷한 종류의 회사가 예전에 얼마에 거래됐는지 보는 방법, (2) 상장되어있는 비슷한 종류의 회사의 현재 시세가 얼마인지 보는 방법, 그리고 (3) 회사가 해마다 벌어들일 현금을 현재의 가치로 할인한 다음 모두 더하는 방법 세 가지가 되겠다.

기업금융에서는 전문용어로 이를 (1) 유사거래 분석법 (Comparable Transactions), (2) 유사기업 분석법 (Public Comparables), 그리고 (3) 현금흐름할인법 (Discounted Cash Flows)라고 일컫는다. 

이 세 가지 기법을 설명하고 각 기법의 장단점을 나열하자 Eric은 만족스럽다는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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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ffany: 그러면 아까 말한 DCF 기법을 좀 더 살펴보죠. 처음부터 차근차근 어떻게 계산을 해야 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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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이 했던 질문보다 난이도가 조금 더 높긴 했지만 여전히 단골 질문 중 하나였기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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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아까 말씀드렸지만 DCF 기법은 회사가 해마다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 즉 Free Cash Flow를 현재의 가치로 할인한 다음 합하는 방법입니다. <br>
이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변수에 대한 값을 구해야 하는데 첫째는 분자에 들어가는 Free Cash Flow, 둘째는 분모에 들어가는 할인율(discount rate)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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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Capture1.PNG](https://steemitimages.com/DQmTMqonDo7qEvCh4w93CXRtH3vLdPsJyBiBbaNeGNLZ6Hp/Capture1.PNG)</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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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얘기했던 3가지 재무제표 중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를 다시 언급하며 Free Cash Flow를 계산하는 방법을 위의 공식에 따라 단계별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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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Capture.PNG](https://steemitimages.com/DQmP5BWjoFw67pzBmAtUB3XRcfFDFjqvkZtp6EwZoNT3bHJ/Capture.PNG)</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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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모에 들어가는 할인율의 경우 해당 기업의 가중평균 자본비용(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과 같다고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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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wacc_large_large.png](https://steemitimages.com/DQmYBumzheYFznSbguLXrKMrAmy3BwzZizbduEwyMmcTZKy/wacc_large_large.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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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평균 자본비용을 계산하는 공식은 Free Cash Flow를 계산하는 것보다 더 복잡했는데 자기자본 비용, 부채 비용, 자본 비율, 부채 비율, 리스크 프리미엄, 베타계수 등 재무론 수업 때 배웠던 외계어들이 어벤저스처럼 때거지로 등장했다. 하지만 공식 자체는 철저히 외워놨기에 차분히 설명을 해나갈 수 있었다. 

사실 첫 번째 인터뷰인 만큼 기술면접에 대한 준비가 완벽히 되지 않아 공식만 외우고 있을 뿐 어떤 원리로 공식이 작동하는지는 100%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면접관들도 이를 감안했는지 아니면 인터뷰 시간이 모자랐는지 다행히 더 깊게 파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학교를 돌아가게 되면 더 준비해야 될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이 됐다. 이래서 실전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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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ffany: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시간이 몇 분 남지 않았네요. 저희 질문은 여기서 멈출게요. 혹시 저희한테 궁금한 것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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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탈 없이 기술 면접을 잘 넘겼지만 아직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엔 조금 일렀다. 면접관들에게 좋은 질문을 던져야 인터뷰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기업금융 공식들을 몇 분씩 설명하고 나니 정신이 없었지만 다행히 인터뷰를 위해 미리 준비해놓은 질문들이 몇 가지 있었다. 좋은 질문이라는 것은 정의하기 어렵지만 보통 면접관들이 일하는 회사를 어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들이 가장 무난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은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을 하나씩만 얘기해달라고 부탁하자 Tiffany와 Eric은 함께 일하는 팀 사람들과 마음이 잘 맞는 점 그리고 은행이 애널리스트나 어소시어트 들의 커리어를 잘 챙겨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또 은행에 대학 동문들이 꽤 있기 때문에 졸업하고 네트워킹을 하기에도 좋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과 인터뷰를 할 때 유용할 수 있는 내용인 만큼 노트에 열심히 받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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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ffany: 그럼 시간이 다 된 것 같네요. 아침부터 인터뷰하느라 너무 수고하셨고 은행 인사과에서 연락이 곧 갈 겁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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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빈다는 말이 그린 라이트인지 아닌지 조금 헷갈렸지만 정신이 혼미했기에 추측할 힘도 없었다. 그저 인터뷰를 무사히 마쳤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었다. 

내 첫 월스트리트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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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들어가며:**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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