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간만에 적는 근황 및 잡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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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er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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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간만에 적는 근황 및 잡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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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팀잇에는 장문의 글을 뚝딱 쓰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나는 글을 쓰는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편이다. 스피커에서 재즈 음악도 적당히 흘러나와야 하고, 없던 감성 라인도 잡아야 하고, 에버노트를 열어 생각을 한자씩 적어가야 하고, 또 완성이 되면 물감 그림에 덧칠을 하듯 마음에 들 때까지 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단한 글도 완성이 되어 스팀잇에 올리기까지 2시간이 훌쩍 걸린다. 링컨 대통령이 **"내게 나무를 베기 위해 5시간이 주어진다면 4시간은 도끼 날을 갈고 남은 1시간을 나무를 베는데 쓰겠다"**고 말했다는 데 나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이런 글쓰기 방식의 장점은 꽤나 완성도 높은 글이 나온다는 것이다. 게 중에는 몇 년이 지나서 읽어봐도 '아 그때 참 잘 썼네'라고 느껴지는 글들도 있다. 하지만 전업 스티미언이 아닌 회사일과 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글쓰기에 무한한 시간을 들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부족해서 컴퓨터 앞으로 가는 게 부담스러워지고 그렇수록 더더욱 글을 못쓰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빼고 편안한 마음으로 번호 일기 같은 단순한 글로 물고를 틀어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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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말에 지인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라고 해봤자 거창한 건 아니고 뉴욕에서 기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에 가서 민박집을 2박 3일간 통째로 빌렸다. 

무계획 여행이었던 만큼 먹고 자고 노는 것에 충실했지만 그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소질은 없지만 욕심은 많은 만큼 평소에 해보고 싶은 각종 요리에 마음껏 도전했고 (두 번째 평양냉면은 대성공이었다), 또 뒷마당에서는 그릴에 숯을 넣고 바비큐를 해먹을 수 있었다. 풀과 그릴의 냄새가 어우러진 가운데 좋아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먹는 저녁은 감히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정말 참 좋았다.

여행 동안 현실의 삶에 충실하게 되니 스팀잇을 들어갈 일이 없었다. 2월에 시작한 이후로 하루에 몇 번씩은 들어갈 정도로 중독되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여행 내내 스팀잇 생각이 날 겨를이 없었다. 스팀잇이 내 인생에서 없어지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지만 의외로 무덤덤했다. 고작 자기 직전에 보팅 파워가 100%가 돼있는 것이 생각나 반 강제로 피드에 보이는 글들을 보팅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인생의 많은 것이 그렇듯 뜨거운 마음도 식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스팀잇은 내 삶에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줬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여기서 벌어지는 작은 일들로 일희일비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업 스티미언이 아닌 우리들은 결국 즐거움을 위해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간단한 사실이 한 걸음 물러나야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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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팀잇에 대한 모든 애정이 식을까 봐 여행을 다녀온 다음 다시 글을 올리리라 다짐했지만 회사일이 바빠졌다. 새로운 투자 대상을 검토하고 있기에 지난 1주일간 조금 바빴고 7월 말까지 바쁠 예정이다.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은데 연재 수필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참고 있다. 물론 가든(@garden.park)님의 [낭만 대회](https://steemit.com/kr/@garden.park/fwfd1)를 통해 내 [포부](https://steemit.com/kr-writing/@menerva/5fkdbp)를 짧게나마 밝힐 수 있었지만 이 또한 수필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나중에 **"짜잔!"**하고 내놓으려 했던 내용이다. 글자 제한상 못다 한 이야기들은 나중에 천천히 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 믿는다.

사실 적은 내용들도 정말 친한 사람들이 아니면 쉽게 꺼내지 못하는 얘기들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저런 이야기를 꺼내면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고, 둘째로 그렇지 않아도 서로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저런 진지한 얘기를 꺼내버리면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인들을 만나 술을 한잔해도 별로 영양가 없는 연예인 얘기나 큰 관심이 없는 자잘한 정치 /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하하 호호하다 집에 오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런 것도 좋지만 삶의 대부분의 만남이 저런 식으로 지속되면 피로도가 쌓이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익명으로 이곳에서 마음 깊이 있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늘어놓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그런 뻘글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이 있음에 더더욱 감사하다. 

갑자기 내가 스팀잇에 처음적은 [글](https://steemit.com/kr/@menerva/4mgjjj)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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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사람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삶과 생각을 나누는 것만큼 멋진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그러듯이 가상 사회인 이곳에서도 그런 관계를 맺어나가고 싶습니다. 나이가 조금씩 들수록 마음이 잘 맞고 속내를 거리낌 없이 나눌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때마다 참 감사하고 이를 통해 만들 수 있는 인연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br>
아마 이 글을 읽고 저와 소통하실 분들은 대부분 저와 실제로 만날 일이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지인들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되려 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이게 인터넷, 그리고 더 나아가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장점이 아닐까요?<br>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웹을 만든 창시자들은 예전부터 아마 이런 사회를 꿈꿔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꿈을 살아가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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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 생활 5개월 헛으로 하지는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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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30분이란 시간은 충분하지가 않다. **"요즘 몸이 예전 같지 않네"**만큼 단골 멘트인 **"시간이 부족하네"**가 저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삶은 복잡한 것 같지만 의외로 단순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날 것. 1시간씩 운동을 할 것. 점심때 샐러드를 먹을 것.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일을 할 것. 시간이 남으면 커리어를 개발하는 데 시간을 들일 것. 집에 와 30분이라도 글을 쓸 것. 책을 꼭 읽을 것. 그리고 좋은 남편이 될 것. 하지만 간단한 것들이 때로는 가장 어려운 법이다. 

[월가를 들어가며] 시리즈가 많이 밀렸다. 그리고 스팀잇에 소개하고 싶은 좋은 글들도 발췌만 해놓고 시작하지를 못했다. 일이 많을수록 천천히 돌아가라고 했다. 그러니 오늘도 꿈을 꾸자. 넓은 세계를 보자. 그리고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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