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자유와 구속, 그리고 미래] 1. 로마. 살아남기 위해 죽으러 간다.
coinkorea·@noctisk·
0.000 HBD[화폐. 자유와 구속, 그리고 미래] 1. 로마. 살아남기 위해 죽으러 간다.
<center></center> >Designed By @CarrotCake 한 때 군대를 가야 할 젊은이들 사이에 해외 파병이 꽤나 핫하게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전방에서 아무리 굴러봐야 몇만원 받지도 못하고 PX는 커녕 샤워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청춘들에게 전장이라 할지라도 비교적 후방에서 근무하는데다 수당을 몇백만원 단위로 받을 수 있다고 하는 해외 파병은 그야말로 기회였죠. 사회 초년생에게 돈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작게나마 밑천 마련하는거죠. 일각에서는 등록금 대출을 갚기 위해 신청한 사람들도 있었고, 그 돈을 모아 조그만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고,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인의 목숨 가격은 과연 얼마기에, 그들이 미래에 얼마나 큰 가치를 이룰지 알 수 없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별거 아닌 그 푼돈에 목숨을 걸 각오를 했을까 하는 생각 말이지요. 한편으로는 슬퍼지기도 했습니다. 하루하루 어찌 될 지 모르는 전쟁터에서, 용병으로 목숨을 내다 팔고 남의 목숨을 빼앗으며 어떻게든 생존을 해야 했던 사람들이 떠올랐기에 말입니다. <center> **로마의 군단병<sup>레기온, Legion</sup>입니다. 이렇게 보니 무슨 아르마딜로 같기도...**</center> 많은 사람들은 로마의 군단병 제도를 보면서 로마인들은 사회적 책임의식이 강했고, 그를 통한 강력한 국가 체제가 구축되면서 고대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했다고 생각합니다. 공화정이라는 제도 또한 로마가 시작했으며, 최초의 민주주의를 만들었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로마가 에트루리아 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세운 것은 맞습니다만, 그저 고대의 통치 체계를 바꾸었을 뿐이죠. 규모가 작고 개별 귀족의 힘이 약했기에 상호 견제와 감시, 합의가 가능한 체제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그리스와 같이 로마 역시 재산이 많은 사람이 많은 권리를 행사했고, 재산이 적은 사람은 적은 권리를 누렸습니다. 재미난 점은, 병역의 의무는 계급이 높은 시민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의무였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이야길까요? 로마 사람들은 목숨을 별도로 저장해놓고 살아가는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사실 전쟁은 그 당시 최고의 재산 획득 수단이었습니다. 남의 재산을 빼앗아 약탈하는 것은 합당한 부의 축적 수단이었습니다. 병사들에게 전쟁은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었죠. 그런 까닭에 병사들이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이후 갈리아 원정 등을 통해 거대한 부를 획득한 신흥 군벌들이 득세하게 되자 로마의 공화정은 붕괴하게 되었죠. <center> **워크래프트 3의 오크 호드는 필리지<sup>Pillage, 약탈</sup> 를 통해 건물 타격으로 자원을 얻습니다.**</center> 요는 권리와 책임이 '생명 수당'이라는 이름으로 형평성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약탈 사회에서 가장 귀한 것은 무력입니다. 무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기<sup>Morale</sup>라는 존재를 제외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병력의 수와 병력의 무장상태죠. 그 모든 것은 다시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돈이 있고 무력이 없는 사람이 병력을 돈으로만 고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고용된 용병이 순순히 (약탈한) 재물을 줄까요? 그렇지 않겠죠. 외려 칼을 들이밀고 그 돈까지 다 뺏으려 하겠죠. 안보 체계가 확립되기 전의 고대 사회는 다분히 폭력 지향적이고, 군벌 지향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로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개인이 사병을 함부로 늘일 수 없기에 먼저 스스로의 무장 상태~~템빨~~부터 높여 나가는거죠. 평민 출신의 농부들과 재산이 적은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구비하기 쉬운 긴 투창이나 얇은 가죽 갑옷으로 무장했습니다. 제일 먼저 전열에서 투창을 던지는 벨리테스와 바로 그 후열에서 빠르게 기동하며 적을 교란, 체력을 고갈시키는 하스타티가 그들의 역할이었습니다. 그 뒤에 본격적으로 적의 종심을 공격하는 주공은 중장 보병인 프린키페스, 중장 창병인 트리아리였습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갑옷과 철제 검을 마련하고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갖추고 있는 30~40대의 유산 세력들이 많았습니다. 돈이 없는 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은 경장 보병, 투창병 역할만 할 수 있었다는 거죠. 가장 선봉에 선다는 것은, 가장 먼저 죽는다는 소립니다. <center> **현대전의 최선봉인 창병대는 해병과 헬리본입니다. 물론 이들을 소모품으로 쓰진 않지만요.**</center> 투창은 소모성 무기입니다. 전투를 하면 무기를 상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먼저 투창으로 서로의 예봉을 꺾으려 하기 때문에, 초반 전투에서 패주하면 투창은 투창대로 쓰고 건지는건 하나도 없게 됩니다. 선봉에 서기 때문에 부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중장보병이 본격적으로 접전을 시작해야 약탈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 당시 중장보병은 확실한 승리가 보장될 때 비로소 투입되는 카드였거든요. 많은 평민들은 전쟁에서 일확천금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고 참전했지만, 실제로는 투창값과 치료비만이 쌓여갔습니다. 늘상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본국의 채권자들은 그런 평민들에게 가차없이 돈을 빼앗으려 했고, 심지어 파산한 일부 로마 시민들은 노예로 귀족에게 팔아버리거나 외국에 팔기까지 했습니다. 로마의 자유민이자 군인이, 무기값을 마련하지 못해 파산하고 해외에 노예로 팔려가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 온 로마의 역사와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입니다.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인 포에니 전쟁에서 한니발은 로마를 꺾은 신묘한 전술의 왕으로 포장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한니발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적은 로마 내부에 있었던거죠. 파산의 위험을 안고 목숨을 건 로또를 긁으러 가는 자유민들에게, 로마 공화정은 세르빌리우스의 법령<sup>채권자가 빚을 갚지 못한 평민 병사를 노예로 삼거나 땅을 빼앗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sup>을 파기하면서 군인들의 뒤통수를 맛깔나게 후려갈겼습니다. 아무리 로마 레기온이 강력하다 하더라도 투창병이 상대의 움직임을 봉하고, 경장 보병이 미리 교란작전을 통해 상대의 진형을 흔들어놓지 않는 체력을 빼놓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둔해빠진 중장보병밖에 남지 않습니다. 경기병이나 투창병에게 쉽게 유린당할 표적이 될 뿐이죠. 카르타고 군대가 로마를 유린하건 말건 시민 병사들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빚을 지고 외국에 노예로 팔려갈지, 혹은 그냥 이대로 카르타고의 노예가 될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거죠. <center> **로마 최초의 성문법, 12표법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center> 귀족들을 움직이게 한 것은 '당장 로마가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로마는 그리스와 같이 일반 병사들을 그저 귀족이나 상위 시민의 소모품이자 약탈 대상으로만 보아 왔었던 것입니다. 거대한 큰 적이 생기고, 그 적을 막기 위한 합의의 과정에서 비로소 하나의 체제가 완성되었고, 철저하게 전쟁에서 얻은 경제적 이윤을 분배하고 이윤을 보호하기 위한 체제는 '사유재산'과 '권리와 의무의 동등성'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로마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그 경제 체제가 약탈이라는 굉장히 빈약한 기반 위에 세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마는 아펜니노 반도의 지리적 입지로 인한 특징 상 농사에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땅이 소금기 가득한 모래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작물이 올리브나 포도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당시엔 어땠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동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요충지인 그리스와 달리, 거대한 지중해의 무풍지대를 끼고 있는 로마는 무역을 하기에도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갤리어스라는 함선이 발달하기 전까지 무조건 북쪽을 뚫어나가며 약탈 경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실제 기원전 2세기경 로마 국고 수입의 3/4는 전쟁배상금이, 나머지 1/4는 정복지에서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충당되었습니다. 한번 흘러들기 시작한 돈의 달콤한 맛은 로마를 취하게 만들었습니다. 허나, 지금까지 말했듯 전쟁으로 인한 부의 축적은 굴러가는 눈덩이와 같아 있는 자들에게는 더욱 빠른 재산 증식을, 없는 자들에게는 더 큰 빈곤을 주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귀족이나 중장보병들이 은퇴하면서 모아둔 돈을 부동산 매입에 쏟아붓자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고, 다시 한번 수많은 자유시민들은 빚쟁이 신세가 되었습니다. <center> **당장 이오니아 해, 아드리아 해, 티레니아 해가 죄다 무풍지대를 끼고 있죠.**</center> 로마의 경제는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이 매우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않는 성장이라는 연약한 경제 기반 위에 세워진 시스템이 망가지게 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구성원들에게 합리적으로 경제적 결실이 배분되지 않고 일부 강자들이 사회의 구성원들을 착취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잘못 작동할 때 제동장치가 없다면 어떤 파국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의무와 권리가 대응되지 않고 어떠한 방법으로든 우회되는 순간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지 말입니다. 결국 로마라는 화려한 제국의 시작과 끝은 화폐 경제에서 시작해 화폐 경제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로마의 쓸쓸한 몰락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결코 그들이 번영했던 시기에 남긴 문화재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사회는 과연 올바른 분배의 정의와 절차적 정의를 이루고 있는지, 일부 강자들이 사회 전체가 만드는 재산을 독식하며 사회 구성원들을 착취하지는 않는지에 대해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할 것이고, 답을 찾아야 하며, 토론하고 타협하며 문제의 답을 찾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오래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자,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로마의 화폐 경제는 권리와 자유를 상징했지만, 반대로 의무와 구속을 보여주기도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타자도 군 생활 할 때 어디 파병 없나 하고 고민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제 기수 전후로는 파병 가는 기회도 없었고 가는 사람도 극히 소수의 축복받은 인원들이 꿀 빨러-_-가는 경우였다고 하더군요. 남들은 진짜 목숨 버릴 수도 있다고 가는데... 입맛이 썼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 Copyrights 2018. @noctisk, All rights reserved. > 본 게시물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는 어떠한 경우에도 금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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