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무네] 육아.꼬맹이의 수줍은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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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유독 꼬맹이의 투덜거림과 삐침이 많아졌다. 퇴근 후 후다닥 저녁을 먹은 뒤 식탁을 치우고 짧은 시간이지만 꼬맹이랑 놀려고 하면 틱틱 투덜되며 **``"나 삐졌어. 흥! "``** 달래주려고 하면 **``"엄마, 나한테 왜 이래?"``** 몇 마디 더 하면 **``"나 더 삐지고 점점 화가나."``** 당혹스럽다. 평소 시엄니가 아이를 살펴주시고 챙겨주시는데 얼마전 수술로 2주간 누워계셔야 해서 우리 모두 본의아니게 비상 상황이다. 방학인 꼬맹이는 태권도장 외출을 빼고는 온종일 혼자인 셈이다. 워킹맘인 나는 퇴근 후 정리정돈, 강아지 시중과 더불어 꼬맹이랑 놀아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내 역할은 오빠와도 같이 해야 하지만 오빠는 2월 내내 새벽별보기, 눈치 못채게 왔다 가기 등 놀라운 신공을 발휘하고 있어서 급작스레 나의 역할이 커지고 많아졌다. 비상 상황인 만큼 꼬맹이와 나는 어깨동무 알콜달콩 제 역할을 하자 약속했지만 몇일이 지나자 서로 지치나보다. 퇴근 후 피곤으로 감기는 눈을 번쩍 뜨고 꼬맹이와 얘기하려고 하면 자꾸 삐치니 나도 맘이 힘들다. **``"꼬맹아, 할 것을 얼렁 다 해야 너랑 놀고, 얘기하면서 잠을 잘 수 있지. 자꾸 삐지기만 하면 어떻게 해?"``** 꼬맹이는 작은 소리로 꿍얼거리며 **``"엄마는 나 삐졌어도 달래주지도 않고..칫! 나 더 삐졌어!"``** 난 공감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잘 삐지지도 않아서 이런 상황에 참 당혹스럽다. 그래도 달래주려고 하면 **``"엄마 말을 들으면 더 삐져. 이젠 화가 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고 있어."``** 헉..화가? 분노 게이지? 세상에나 집안 정리 후딱 하고 놀라고 조금 서두르자고 했더니 분노 게이지? 라니..헐 나 때문에 삐지고 내가 말을 하니 화가 나고 분노 게이지가 올라간다고 하니 난 자중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꼬맹아, 그럼 엄마가 말 그만할께. 화내지 마.."``** 내 말을 들은 꼬맹이는 이리 말을 했다. **``"엄마, 말은 해야지. 나 삐진거 풀어줘야지."``** **``"난 하루 종일 혼자 있었는데, 엄마가 말을 안하면 나는 어떻게 해? 누구랑 말을 해?"``** **``"엄마랑 말하고 싶어."``** 난 네가 엄마가 말할때마다 화가 난다고 해서 그런거다, 너무 늦게 자면 안되서 그런거다 상황 설명을 했는데...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작은 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거다. **``"나 외로워."``** **``"아침에 일어났는데 엄마도 아빠도 없어서 나 너무 놀랐어."``** **``"하루종일 혼자 노는거 심심하고 지루해. 엄마 올때만 기다리는데 말을 안하면 어떻게 하냐고."``** **``"삐졌는데 안풀어주고, 서운하고 점점 화가 나."``** **``"나 외롭단 말이야."``** 놀라웠다. 외롭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이리 감정 표현을 잘 할 줄이야. 이 얘길 듣고 꼬맹이를 보듬어 안아줬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외로웠구나~ 엄마가 몰랐네. 우리 오늘 조금 더 놀자."``** **``"근데, 너 정말 보통 애가 아니구나. 너의 감정을 그렇게 잘 이해하고 설명할 줄이야~ 그건 어른도들도 잘 못하는 건데.. 너 정말 대단하다."``** 진심 놀라고 감탄했다 (속으로 뉘집 아들이야~~ 하며). 내 말을 들은 꼬맹이는 그렁한 눈물을 쏘옥 집어 넣으며 웃음을 보였다. **``"그럼 놀수 있다는 거지? 나 삐진거 풀어줄꺼지?"``** **``"나 사실 많이 삐진건 아니야. 화도 아주 쪼금 밖에 안났어."``** 꼬맹이는 자기가 얼마만큼 화가 났는지 표현해 줬다. <b>전체 중에 "반에반에반에반에~~~~~~~~~~~~반" 화났단다. 반에가 정확히 19번 이란다. </b>뜨억~ 그 정도면 삐진것도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은 했지만 말은 마음 속으로 쏘옥 넣었다. <h6> 더불어, 꼬맹이의 외로움을 덜기 위해서 서로 약속했다.</h6> - 엄마는 출근 전에 꼬맹이를 깨우고 얼굴보고 얘기하기 - 꼬맹이는 엄마가 오기전에 자기 할일하기 - 엄마는 오자마자 식사와 함께 후딱 정리를 하고 그냥 마냥 막...꼬맹이와 놀아주고 얘기하기로 했다. <br> 이렇게 우리 둘은 화해를 하고 기분이닷! 1시간 놀고 주물주물~ 맛사지 서비스 하고 모라모라 목소리가 늘어질때까지 말을 하다가 ..잤다. 내가 먼저...  <br> 출근 길에 다시 생각해보니 꼬맹이도 할머니가 아프신 이 상황을 이해는 하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하고 힘겨운가 보다. 난 어른들 없이 혼자 마냥 놀아서 좋겠다 싶었지만 그렇치 않았다. 나도 요즘 역할이 너무 많아서 조금 지치고 피곤했는데 아이도 같은가 보다. 할머니가 어여 쾌차하길 바라면서 할머니와 꼬맹이 그리고 그림자 오빠에게 감사한다. 서로 외롭지 않게 서로 보듬어주기... (^^) 나도 투덜대고 삐지고 싶을때 그림자 오빠에게 울 꼬맹이처럼 한번 써먹어봐야 겠다. "에이~ " 이럴 수도 있겟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못 할일이 뭐가 있겟는가? 해봐야겠다. 해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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