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think] 휘발과 재빠른 소비를 위한 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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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werq, think] 휘발과 재빠른 소비를 위한 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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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을 시작한지 5개월이 되어가면서, 이제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대략적으로는 파악하게 된 것 같다.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한번 파악하고 나면, 다음의 변화를 따라가며 살피는데에는 에너지 소모가 덜 들게 된다. 배움에도, 활동에도 초기 진입의 비용이 들고 스팀잇과 kr커뮤니티의 룰을 체화하기 위해서는 이 비용을 상당히 지불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플랫폼이든 파악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그 다음은 쉽다. 초기의 파악은 무(無)에서 유(有)를 쌓는 과정이지만, 이미 한번 쌓인 이해의 자원은 여러 이슈들을 따라가는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처음보다는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쫓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가 상당히 좁기 때문에, 작은 시야에 두기에 편한 점도 있을 것이다. 

나는 원래 블로그나 SNS은 잘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대체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의 관계에 비중을 크게 두는 사람이기도 하고 온라인의 관계 또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낫다고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서 소통하면 되고,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관계를 보강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기에, 모든 사람들을 매번 오프라인을 만나기는 어려운 노릇이므로 온라인은 이러한 갈증을 해소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팀잇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은 이와는 다소 달랐는데, '온라인을 우선으로 추구한다'와 '모든 관계는 숫자로 치환된다'는 조건이, 욕망과 욕구에 대한 시험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팀잇을 일종의 매체로 생각하면, 여기는 기존의 매체와는 또다른 전달 방식과 형식을 요구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 곳의 가장 큰 주문은,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흔적을 남기라"이고 이러한 주문을 가장 이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는 - 그리고 일반적인 개인이 택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식은 "좋은 컨텐츠를 작성"하거나 "댓글로 소통"하는 것이라 믿어진다. 하지만 여기서의 '좋은' 컨텐츠는 사실 다른 매체의 좋은 컨텐츠가 갖추어야할 덕목과는 다른 방향을 추구한다. 이 곳은 아무래도 컨텐츠들이 (일반적인 블로그보다는) 쉽고 빠르게 소비되고 또 쉽게 잊혀지며 그래서 다시 소재와 주제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보인다. 그런데 그것은 삶과 일상의 특성이 스팀잇의 특성과 결부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가능성은 대체로 줄어든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데에는 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계기가 마련되더라도 바로 삶의 방향이 틀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완전히 자유로운 우주에서 유영하는 존재가 아니며, 결국 사회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제도와 법 아래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갑자기 건축 중장비를 몰고 싶어한들, 바로 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장비에 대한 개념과 운전 방법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며, 시험을 봐서 통과해야한다. 그리고 면허를 딴 뒤에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일터를 찾고 일할 수 있는 계약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지난하다. 이러한 과정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진다.

스팀잇의 보상체계는 사실 직접적이다. 매일 글을 올리면 매일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보상의 경중은 글의 컨텐츠가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내에서 가지는 영향력에 좌우된다. 하지만 보상의 많고 적음을 떠나, 생산에 대한 (숫자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꽤 재미있는 일이다. 생산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관찰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대체로 삶을 걸어나가는 속도보다 스팀잇에서 생산하는 (생산해야하는) 속도가 더 빠를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앞서 이야기했듯, 삶을 걸어가는 과정은 대체로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삶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끄집어 내어놓다가 (이 것은 생각이나 상념도 포함한다), 한계에 닿으면 결국 반복, 재생산의 과정으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스팀잇에서 이것은 자연스럽다. 왜나하면, 컨텐츠는 재빨리 소비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휘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마주" 프로젝트는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하루 단위로 보았을 때 사실 우리의 일상은 급격한 변화를 계속해서 겪기 쉽지 않다. 그래서 과거가 소환되고 현재가 재반복된다. 그러니 글로 표현된 어제와 오늘의 일상, 오늘과 내일의 일상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년전 일상과 오늘의 일상 정도는 되어야 결의 차이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여, 컨텐츠 최적화의 입장에서 보면, 쉽고 빠르게 소비될 수 있는 분량과 형식으로, 잘 닿지 않거나 휘발될 것을 가정하여 (또한 반복될 것을 애초에 받아들이고) 적는 편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찬찬히 적는 여타의 블로그와는 차별된다.) 여기서의 '효율'이란 보상과 영향력이 증대될 수 있는 방향을 뜻한다. [당신의 키워드가 매혹적](https://steemit.com/kr/@qrwerq/qrwerq-think)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을 팔로우하는 사람이 많거나 당신이 무엇을 말하든 간에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의 활동은 언제나 중요하다.](https://steemit.com/kr/@qrwerq/qrwerq-steemit-2-4) 스팀잇은 현재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영원히 블록체인에 기록될 것이라 믿어지는 컨텐츠가 휘발과 재빠른 소비를 염두에 두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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