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척]마스크 단상
kr·@sh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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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라고 적혔지만 항상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철물점 아저씨는 가게 안에서 담배를 뻑뻑 피운다. 왕복 2차선 도로는, 쓰는 사람들을 감당하기 벅차다. 낮에는 무단횡단이, 밤에는 불법주차가 도로를 막는다. 그 길을 건너지 못하면, 거기에 차를 대지 못하면 밥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 모세혈관처럼 퍼진 좁다란 골목에도 차가 길을 막고 서 있다. 차를 댄 사람은 매일 묘기처럼 거기까지 들어가 차를 대고 빼고 한다. 그렇게 먹고산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치킨집도 떠나고 세차장도 이사를 갔다. 남은 사람들은 곧 파헤쳐질 땅에서 마지막 남은 삶을 캐고 산다. 도무지 사람이 들어갈 것 같지 않은 가게에도 어김없이 한둘씩 앉아 숟가락을 입에 넣고 있다. 딱 맞는 공급에 딱 맞는 수요다. 서울 밖으로 몰려나가지 않으려 바득바득 사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 미세먼지가 공기를 가득 채웠는데, 마스크 쓴 사람 보기가 쉽지 않다. 삶이 미세먼지보다 더 힘들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숨 쉬기가 불편하다. 이런 동네에서 엄마와 딸이 버스를 탄다. ### 2. 엄마는 감지 않은 머리를 질끈 묶고 반찬이 묻은 옷을 그냥 입은 채 양말도 안 신고 딸과 함께 버스를 탄다. 버스를 가득 채운 사람들과 부딪힐라, 빳빳한 교복에 먼지 묻을라 딸을 감싸고 선다. 엄마는 왜 마스크 안 써? 엄마는 괜찮아. (엄마도 옛날엔 딸처럼 고운 모습으로 여길 왔었지. 이렇게 씻지도 않고 반찬을 하다 만 차림으로 여기까지 나오는 건 그땐 상상도 못했지. 이렇게 버스를 타고 멀리 학교를 다녀야 이런 동네에서 살 수 있단다. 하지만 나쁜 사람들이 많으니까 엄마가 매일 이렇게 데려다 줄게.) 딸이 내려서, 같은 교복을 입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쓴 아이들과 섞여 교문으로 빨려들어간다. 같이 내린 엄마는 부스스한 머리로 맞은편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숨 쉬기가 불편하다. 삑 환승입니다. ### 3. 딸과 엄마를 떨구고, 버스는 서울 중심으로 간다. 엄마가 딸을 보내고 싶어하는 곳, 딸이 일하고 싶어하는 곳. 점심을 먹으러 나온 모기업 A선임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한데 왜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세요? 출근할 땐 쓰고 나왔는데... 화장이 지워져서요. 아무래도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다 보니... 사실 A선임은 아침에 회사 엘레베이터에서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 안 쓴 팀장이 "A씨는 몸 생각 많이 하네"라는 말이 섬뜩하게 들릴까봐서다. 사람을 만나는 부서엔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이 많다. 마스크를 쓰고 점심장소에 나갔는데 상대방이 혹시 안 쓰고 왔으면 민망하다. 마스크 모양대로 화장이 지워진 얼굴도 민망하다. 을된 입장에서, 나만 건강하게 살겠다고 마스크를 쓰고와서는 아쉬운 소리를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쓰지 않는다. 서울 중심엔 마스크 쓴 사람들이 열에 하나 뿐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숨 쉬기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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