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척]월간 먹스팀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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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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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척]월간 먹스팀 4월호
*이것은 한 달 동안 먹고 다닌 이야기. 맛이 없으면 올리지 않는다. 맛 없는 집은 거의 안 간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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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향만두 :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22 삼원빌딩
![KakaoTalk_20180409_163706407.jpg](https://steemitimages.com/DQmXi1oWsKPkaYbyRP95Sy2TUTSRojCkz8H7Bvv3hHHPmpv/KakaoTalk_20180409_163706407.jpg)
이 집은 단연코 이번호의 톱에 어울리는 집이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면서 음식맛이 놀라운 집이다. 한 가지 걱정은 널리 알려질 경우 가뜩이나 자리가 적은데 줄을 길게 서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단 거.

본래 즐겨 찾는 중국식 만둣집이 있었다. 그런데 가게에 들어가려는 찰나, 요리사가 손님들과 가게 문앞에서 담배를 뻑뻑뻑 피워대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갈 마음이 뚝 떨어졌다. 그 동네 식당 대부분이 하루 영업을 마무리할 때쯤 허름하고 조그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간판 역시 중국식 요리를 하는 집이었는데 뭔가 더 깨끗했지만 가게 안을 들여다보고는 이 집으로 정했다. 대여섯 개에 불과한 테이블이 꽉꽉 차 있고 간신이 우리가 앉을 자리 하나가 남아있었다.

홀엔 할머니 한 분이 서빙을 하고 있었고, 주방엔 할아버지 두명이 난닝구 차림으로 웍을 돌리고 있었다.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짜장면, 짬뽕 따윈 없었다. 식사류는 만두 밖에 없다. 이것 또한 좋다.

![KakaoTalk_20180409_163708896.jpg](https://steemitimages.com/DQmWa84isa1onB4jnvSWmHnW85DJhaNsJsy9inVXVUUwdw4/KakaoTalk_20180409_163708896.jpg)
처음이니까 아주 대중적으로 군만두와 탕수육을 시켰다. 군만두가 먼저 나왔는데 이런 비주얼은 또 처음이었다. 만두가 자기들끼리 옆구리를 끼고 붙은 그대로 앞면과 뒷면만 구워서 냈다. 얼핏 대충 한 것 같아 보였지만 주방에 물어보면 할아버지가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껄껄껄" 하실 것 같았다.

원래 이렇게 하는 건가보다. 앞뒷면은 탔다 싶기 직전까지 바삭하게 익었고 옆구리는 찐만두처럼 촉촉하게 익어 있다. 우리는 한입 베어 물고는 눈을 마주쳤다.

앞니가 바삭 소리를 내며 탄탄하게 익은 앞뒷면을 뚫자마자 푹신한 만두속이 진한 육향을 뿜어낸다. 잘라 낸 단면을 보니 흔히 보던 군만두 속의 빚깔이 아니다. 손으로 빚은, 여기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만두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세히 맛을 묘사한다고 한들, 저녁시간 식사도 못하고 초과근무를 하다가, 혹은 주린 배를 부여잡고 집으로 향하는 대중교통 안에서 무심코 이 글을 열어 본 스티미언의 위장에 위산과다 테러 외에 뭐가 될까. 더 이상 맛에 대한 설명을 자제하는 이유엔 글을 쓰느라 당시를 떠올리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멈추지 않는 내 자신에 대한 배려도 포함돼 있음을 알아주시길.

다만, 요새 많은 중국집들이 가공식품 군만두를 떼다가 냉장고에 넣고 주문을 받으면 포장을 찢어서 기름 속에 쏟아 넣고 튀겨 판다는 건 다들 아실 테다. 나 역시 군만두를 먹어 본 지 얼마 안 된 시점부터 이런 만두 맛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맛이 군만두인줄 알았다. 하지만 우린 이날 진짜 군만두 맛을 봤다. 중국 군만두는 원래 다 이런 건지 모르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이제껏 가고 싶다는 마음이 한 번도 든 적 없었던 중국으로 만두를 먹으러 떠나야 할 것 같다.

![KakaoTalk_20180409_163707626.jpg](https://steemitimages.com/DQmNUeW65NyiGotfs6SUpFiTLnHof9Ef8J53JDdGDtAePgN/KakaoTalk_20180409_163707626.jpg)
배고픈 스티미언들에게 미안하기 이를 데 없지만 탕수육 이야기를 빠뜨릴 수가 없다. 보시는 바와 같이 투명한 소스는 옛날엔 대체로 그랬는데, 요즘엔 별 걸 다 집어넣어서 붉거나 갈색빛이거나 해서 좀처럼 보기 어렵다. 단맛 보다는 새콤한 맛이 강하지만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시큼하진 않다. 순하고 인공적인 걸 넣지 않은 것 같은 맛이다.

소스 맛이 너무 강하지 않아 고기튀김의 식감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다음엔 '찍먹'으로 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튀김옷은 적당한 간으로 최대한 얇게 입혀져 있어서 더 바삭한 것 같았다. 이렇게 얇게 입힌 튀김옷이 뽀얀 상태로 정확하게 딱 필요한 만큼만 익게 튀겼다.

주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요즘 식당들처럼 반짝반짝 깔끔하게 해 놓지 않고도 자신만만할 수 있는 데는 역시 그만한 경험과 실력이 있는 거다. 만두 하나, 탕수육 한 점 남기지 않고 배를 두드리며 일어났는데 고작 2만 1000원. 군만두 6000원에 탕수육 1만 5000원이다. 오향장육이 전문이라는데 아직 주특기는 맛보지 못한 것 같다. 이 곳에 몇 번이고 다시 오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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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산채 : 02-307-1687 서울시 은평구 증산동 223-28 DMC자이 2단지 107호
![KakaoTalk_20180409_163701387.jpg](https://steemitimages.com/DQmWKBVUJpX7BpiZWTaDtQxwqW4pvwrmNXEXPTwgLyfVGF9/KakaoTalk_20180409_163701387.jpg)
이렇다할 맛집이 없는 우리동네에서 단 하나 수준급 짬뽕을 맛볼 수 있는 곳. 검색해도 도통 잘 나오지 않는 이집 짬뽕 맛은 개인적인 평가로 전국급. 국물 맛은 칼칼하면서 자극적이지 않고 깊다. 면은 기계면이지만 반죽을 어떻게 했는지 쫀쫀하면서 양념을 잘 머금고 있다. 원래 짜장파인데 이집은 여러번 와봤으면서도 유독 짜장 맛을 보지 못했다. 메뉴판 앞에서 갈등하지만 항상 빨간 짬뽕을 고르게 된다. 백짬뽕도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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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면옥 : 경기 의정부시 평화로439번길 7
![KakaoTalk_20180409_163710522.jpg](https://steemitimages.com/DQmS1N9LwdcR7rVe9P8gds9Tcq6XTwXtT71VaYuCAMsHzYK/KakaoTalk_20180409_163710522.jpg)

![KakaoTalk_20180409_163711778.jpg](https://steemitimages.com/DQmUE1YcsHSjzjtfQwZ73J3EWRW3qF9Q8yLFkySTaTnzyLo/KakaoTalk_20180409_163711778.jpg)

![KakaoTalk_20180409_163712803.jpg](https://steemitimages.com/DQmP8xpZcEn3NUJ3ME1GTXrP21drFAucRSNotFiett78KUj/KakaoTalk_20180409_163712803.jpg)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집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아내와 의견이 맞으면 설거지하러 가는 곳이다. 의정부계 평양냉면의 본산. 을지면옥과 필동면옥도 각각 최고의 맛이라고 평가하지만 이들이 원래 추구하는 맛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 듯하게 해준다. 이날은 아내가 남긴 것까지 설거지했다.

의정부계 냉면집에서 쇠고기 수육 시키면 바봉. 돼지가 진리다. 뭐 맷돌에 눌러서 기름을 뺐다나 뭐라나. 할 줄만 알면 일주일에 10kg씩 삶아서 매끼마다 먹고 싶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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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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