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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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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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을 모두 이해하고 품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아직도 내 그릇이 너무너무너무나도 작아서 그러한 시도만으로 내 그릇에는 금방 금이 갔다. 나는 손을 내밀었지만 상대방을 끌어올려주기는 커녕, 잡힌 손에 끌려들어가 감정의 늪에서 함께 허우적거렸다. 내가 아무리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고 위로하고 싶고 도움을 주고 싶어도, 지금의 나는 그에 걸맞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뼈아프게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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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의 얄팍한 잣대로 남을 생각하고 남을 판단하고 있었다. 타인이 나의 아픔의 크기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몇 년이나 겪어놓고도 나는 나의 통점으로 타인의 아픔의 크기를 느꼈다. 왜 그 정도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하냐며 답답해했다. 나는 나의 기준을 내세워 타인의 행동을 규제한 것이다. "내가 그렇지 않다고 해서 타인이 그렇지 않아야하는 것을 강요할 수 없고 내가 그렇다고 해서 타인도 그래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내가 늘 했던 말임에도 말이다. 누군가를 쉽게 재단하고 정의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기엔 내 그릇이 너무나도 얇다. 결과적으로 나는 위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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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이 나의 한계였다. 회사에서 집중하기가 너무 어려워지고 숨이 무거워 자주 헉헉거렸다. 겨우 되찾은 나의 건강이, 나의 일상이, 나의 인생이 다시 무너질 듯한 위기를 느꼈고, 결국 잡아주려던 손을 거칠게 빼 버렸다. 나라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한 것 보다 더 쉽게 답답함을 느꼈고, 짜증을 다스리지 못했고, 타인으로부터 밀려들어오는 감정을 알아서 거르지 못해 자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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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사람은 가시가 돋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 가시가 나를 찔러도 원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괴로움이 무엇인지 겪어보았기에, 누군가 내게 그랬듯 내 주위에 아파하는 사람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안아주고 다독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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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살은 매우 연약했고, 아파하는 이에게 나의 아픔을 호소하고 말았다. 
어리석다. 어리석다.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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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는 사람에게 결백을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서로를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소통을 하다보니 시작은 아무 감정도 없었으나 끝에는 너무 많은 감정이 쌓였다. 그 감정들을 소화하기 위해 나는 나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말았다. 우선 잠부터 제대로 자면서 피로를 회복해야겠으며 미뤄둔 일들을 해야겠고 더이상 내 슬픔이 아닌 슬픔으로 눈물 흘리며 내 일상을 망치는 것을 그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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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팀잇을 시작하고 이런 일이 세번째이다.
W사건 때는 10시간이 넘게 울어서 머리가 깨질 것 같았고 우울증이 악화되었다.
K사건 때도 마음이 아파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이번에도 나는 너무 많은 감정과 시간과 건강을 소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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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경 싸움구경이 가장 재밌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한다.
사람들이 서로 물고 뜯고 할퀴고 다치는 것을 보는 것은 내게 너무나도 힘이 드는 일이다.
하나도 재미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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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어 나는 많이 웃을 수 있었다. 쉽게 행복할 수 있었다.
타인의 슬픔과 아픔, 그리고 분노를 함께 느껴버리기에 나는 너무 머리가 아프고 괴롭다. 힘이 든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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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평화롭기만을 바랬다.
그것은 정말이지, 미련한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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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넘었던 것이다.
나는 그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결국 지나친 공감만 했을 뿐, 위로를 잘 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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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이 글을 썼다.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써내려 갔고, 진심으로 감사함을 담아 여러 사람을 태그했다. 그러나 나의 발견은 하찮았고 잦은 오탈자 수정으로 인해 그 글에 태그한 다수를 귀찮게 했을 것이다. 스팀오토는 보팅을 해야할 글과 하지 않아야할 글을 구분해주지 않았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미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런 부분들이 그 당시의 내게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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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현재처럼 사는 이상, 현재에도 미래에도 과거에서 조차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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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의 나는 죽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죽음을 고민했다. 정신을 다쳤던 불과 몇 년, 몇 달 전의 나도, 어렸던 나도, 사는 것을 선택했고, 죽은 것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산 것처럼 살기를 바랬다. 산 것처럼 살기 위해서는 나아가야한다. 내게 삶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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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은 쉽지 않다. 스팀잇이라는 시스템이 보상을 주는 것이 아닌, 인간관계가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 스팀잇은 인간관계가 어그러지는 모습을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보상을 받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어차피 쓸 글에 보상이 붙으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스팀잇을 시작했다. 전자와 후자가 똑같아 보이겠지만 나에게 그 둘은 명백히 다른 것이다. 쓰고 싶어 쓰기 시작한 글이 보상을 바라는 글이 되어갈 때 기분이 복잡하다. 보팅과 댓글에 대한 감사함이 쌓이고 되돌려주지 않음에 죄송함이 쌓여서 스스로 죄인이 되고 상상 속에서 나는 나와 재판을 벌인다. 자주 단두대 앞에 섰고, 올랐고, 목을 대었다. 스팀잇에는 그것을 기준으로 재판을 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스팀잇을 계기로 만나 오프라인에서 친해져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나는 보팅을 하지 않았고 그들의 글을 읽지도 않았다. 나는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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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세번째 느끼는 회의감이다. 
스팀잇은 내가 찾던 플랫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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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록체인에 나를 기록하고 싶었다. 당시의 나는 사라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에 새긴다는 것은 내게 있어 기록의 궁극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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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에 누군가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괜히 슬퍼졌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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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걸리면 죽음이 늘 등 뒤에 서 있다. 달콤한 내음을 풍기며 매 순간 감미로운 말을 속삭인다. 내 앞에 잡을 수 있는 손들이 없었다면 나 또한 등 뒤의 손을 잡고 저 세상으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 해 왔다. 누군가의 자살을 접하고 느낀 것들을 스팀잇에 기록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집에 가서 엄마와 그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블록체인 위에 나를 박아둘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 등 뒤에 서 있던 죽음은 이미 몇 달 전에 떠났고 나는 더이상 나의 존재가 사라질 듯한 위태로움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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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일본에서 내 정신을 다치게 한 가해자와 그 일에 대해 합당한 대응을 하지 않은 회사를 상대로 재판을 하고 있다. 많은 증인이 있음에도 나는 그들에게 증인이 되어달라 말하지 못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일하며 나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충분히 긴 시간을 애썼다. 내가 회사를 떠나고 그들은 그들의 삶을 잘 살았다. 그런 그들의 평화를 또 깨트릴 수는 없다. 이건 내 아픔이지 그들의 아픔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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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설령 재판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픔을 보답받기 위해, 또는 이미 시작된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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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쓰지 못한 재판일기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일기를 쓰지 않았기에 괴로움을 되뇌이지 않을 수 있었고, 괴롭지 않기 위해 열심히 나의 삶을 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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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시간을 보냄으로 인해 내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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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각자의 인생을 충실히 살았으면 좋겠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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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좀 더 크고 튼튼한 그릇을 가질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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