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만의 생존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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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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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만의 생존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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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한지가 벌써 17일 전..

열흘 정도 되었겠지 하고 날짜를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자주 놀러다니며 댓글을 주고 받았던 여러 이웃분들이 감사하게도 대체 살아는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하셨던 이유가 수긍이 갔다. 마침 오늘따라 늦게까지 연락을 기다리는 일이 있어 간만에 마음먹고 스팀잇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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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역시 약간의 중독성을 동반한 습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7일 전에 둘째 냥이의 소식을 알리며 썼던 당시, 너무 슬퍼서 죽을것만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울며울며 스팀잇에 접속했었다. 이웃분들의 댓글로 위로를 받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남긴 흔적을 확인하고자 함이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시엔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그러면 한없이 굴속으로 빠져들것만 같았으니까. 그래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댓글을 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사람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혼자 헛웃음을 짓기까지 했다. 

나란 사람,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긍정적이긴 하다. (그리고 이제 스팀잇에서 조금 자리 잡아 가던 글쓰기 습관이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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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80605_010914219.jpg](https://cdn.steemitimages.com/DQmchxiGv8NJS4RD7mQf9DP9Bsu9dGxa9kqyvwKpwUVcQbq/KakaoTalk_20180605_010914219.jpg)

>권두현 _ 심상心象 - Own image (5.9 ~ 7.17 갤러리 비선재)
몸과 마음이 아프기 직전, 마지막으로 관람했던 전시. 상황이 좀 나아지면 포스팅을 해 볼까 싶기도 하다. 소용돌이 치는 물보라 같기도 한 심상의 붓터치가 복잡한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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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님의 일기 공모전을 시작으로 잘 쓰지 않던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일과 관련된 글 보다 일상을 적는 글을 대체로 적고 있다. 물론 상황도 상황이지만 우연하게도 일기를 쓰기 시작하자 일상이 복잡해진 느낌이랄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나도 조금씩 일상 글을 적는 것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 스팀잇에 일기를 쓰는 분들을 보면서 사적인 일을 공개하시는 것이 대단하단 생각도 들었고 특정한 일에 대한 것이 아닌, 일상의 생각을 적는다는 것이 뭔가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져서 나는 못할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보면 내 일상을 나눈 적이 없어서 더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일상을 이야기하게 되면서 나의 일 보다는 나를 궁금해 하는 분들이 생기기 때문에 그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오랫 동안 연락을 하지 않게 된 친구와 대화 거리가 떨어져 버리는 것과 어쩌면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스팀잇도 너무 오래 쉬면 서먹해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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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에 한번, 잠깐씩 접속을 하여 꾸준히 그림과 소설을 올리시는, 꾸준히 큐레이팅을 해 주시는, 꾸준히 사진을 올려주시는, 그리고 꾸준히 일기를  써 주시는 이웃 분들을 살짝 둘러 보면서 내가 잠시 쉬고 있어도 스팀잇이라는큰 톱니바퀴는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혼자 외롭다기 보다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했던 갈릴레이 처럼 나도 뭔가 불변(?)의 규칙에 한 발을 담그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작은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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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동안 이곳이 조용하기만 했던 것은 아닌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던 이웃님이 타인의, 그것도 사회적 약자의 탈을 쓴 채 여러개의 부계정을 만들어 활동하셨던 일이나, 스팀시티를 위해 약진하고 계신 이웃 분들이 계시다는 것도 내용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겉핥기 식으로나마 둘러 보았다. 한 달에 한두번 정도는 이런 저런 사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 이곳이 사건사고가 많은 젊은 장소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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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보내고 처음에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몸이 좀 아픈것을 돌보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몸이 지독하게 아팠다. 어렸을 적에 골골거렸던 이유로 봄만 되면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가벼운 감기 증상을 앓고 지나가긴 했었지만, 약국에서 사 먹는 종합감기약과 평소에 자주 챙겨 먹는 비타민 C만 으로도 2-3일 돌보면 괜찮았었다. 

그렇게 또 지나가리라고 생각하고 방치한 것이 화근이었는지 이삼일 콜록대고 더이상 목소리도 나오지 않게 될 만큼 힘들어진 다음 찾은 병원에서는 심한 기관지염이라고 했다. 최소 2주 이상 항생제를 복용해야 될거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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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의 부작용이 크게 알려져 있지 않던 어린 시절에 여러가지 이비인후과에 관련된 편도염이나 후두염, 축농증, 비염 등 반갑지 않은 병을 달고 살았던 나로서는 항생제 복용이 새삼스런 일도 아니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가면서 항생제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되어 웬만큼 아파도 항생제를 처방 받아 먹는 일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이대로 두었다가는 바로 폐렴으로 이어지게 될거라는 의사샘의 말씀을 듣고 얼른 약을 받아왔다. 

하지만 약해진 마음 때문이었을까, 받아 오는 항생제마다 먹으면 설사가 나서 여러차례 항생제를 바꾸고 어느새 지사제까지 더해진 약을 먹고 있었다. 마음도 몸도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랄까... ~~물론 큰 병에 걸린 주변 분들께는 기관지염 정도로 툴툴대고 있는 것이 정말 죄송하지만 평소에 자주 아프지 않아서였는지 아니면 마음이 같이 아파서였는지 많이 힘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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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곧 월세도 내야 할 판에 방수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사무실을 언제까지 그렇게 두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유도방수라는 정말 끝까지 선택하고 싶지 않았던 마지막 선택을 하고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참고로 유도방수란 방수의 원인을 도저히 알 수 없거나 해결할 수 없을때 물이 새는 곳의 물을 모아 일정한 장소로 뽑아내도록 조치하는 방법의 방수이다. “피하지 못한다면 즐겨라”라는 말과 비교하긴 좀 우습지만, “피하지 못한다면 다 받아주마”라는 정도의 자세일 것이다. 새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기 때문에 끝까지 하고 싶지 않았던 방법이었지만 내가 막판에 선택하고 싶었던 **계약파기**라는 결심(?) 뒤에 **원상 복귀 후 계약파기**라는 더 험난한 길이 놓여있었기 때문에 나야말로 피하지 못한다면 기꺼이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이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원상 복귀를 하기 위해서는 낡아서 철거한 많은 것들은 다시 내가 비용을 들여 설치해야 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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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사는 70%정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누수로 인해 기초 공사만 끝낸 뒤 온갖 방수 신기술의 시험장소가 되었던 이 곳은 이제는 기꺼이 물받이가 되어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여 흘러가고 있다. ~~물론 공사가 마무리되면 그때부터는 이사라는 더 무서운 사건이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픈 와중에도 공사 현장을 내팽개쳐 둘 수가 없어 새벽에 나갔다 저녁에 돌아오는 현장감리의 길을 일주일에 4-5일은 걷다 보니 집에 돌아오면 온 몸이 쑤시고 스팀잇은 커녕 저녁식사 한번 해 먹기 힘든 실정이었다. (실은 내가 아프고 이틀 뒤, 남편도 똑같은 증세로 앓게 되어 큰 일들을 누구에게 미루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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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인가 이웃님이 남겨주신 댓글에 차라리 이렇게 바쁜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어차피 잠시 쉬고 있던 참이라 엉뚱하게 일을 저질러 놓지 않아 한가했다면 지독하게 아팠던 마음과 몸 덕분에 좋은 핑계라며 한달 정도는 족히 땅굴을 파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우울의 세계로 빠져들어버렸을것 같으니 말이다. 

다만 스팀시티 처럼 즐겁게 만들어져 가는 스팀잇의 새로운 세계를 먼 발치에서 구경만 하고 있게 된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그밖에도 응원하고 싶었던 출판 이벤트라던가 영상관람 이벤트, 여러가지 행사들 역시 벌써 내게서 멀어져 버렸지만, 넉 달이 가까워 오는데 나는 아직도 뉴비의 문턱이라는 명성도 55를 넘지 못하고 있고, 이렇게 된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조금 천천히 걸어가 볼까 한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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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걱정으로 블로그 찾아 주시고 댓글 남겨 주신 너무나 감사한 이웃분들께 소식 남기려고 오랜만에 끄적이고 갑니다. 아직도 독한 약으로 24시간 몽롱한 상태라 내용을 제대로 쓰긴 한건지 맞춤법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눈이 감기는 관계로 그냥 넘어가려고 합니다.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아이디 태그하는 것도 약간 조심스러워 소환하여 스팀잇(스티밋 말고요.. ㅠㅠ) 내에 인사드리고 싶었던 이웃분들은 그냥 혼자 주절거림으로만 불러 보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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