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나는 나의 기억을 믿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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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e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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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나는 나의 기억을 믿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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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오늘 날짠데 뭔가 낯익다. 익숙하고 전화기에서 누르다 보면 언제가 비밀번호로 썼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이 날 듯 말 듯 하면 궁금한 것을 넘어서 꼭 알아내고야 말 것이라는 고집스러운 기억의 탐색 과정과 답답해 미치는 감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머리를 지나다니면서 날 미치게 한다. 안 그래도 궁금한 건 못 참는데 말이다.

>뭐였더라. 뭐였지? 누구였지? 누군가의 생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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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미간을 찌푸리고 기억 속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얼굴에 살짝 웃음기가 맴돌았다.

>A의 생일이구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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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1일.
 내가 처음으로 연애를 하고 처음으로 손을 잡고 대부분의 처음을 함께 했던 그녀의 생일이다.  '이건 연애 시리즈를 쓰라는 하늘의 계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 사귀던 여자애의 싸이월드 홈피에서 본인의 X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친구가 있었다. 내가 일곱 번째였나 그랬는데 다른 여섯 남자와는 다르게 좋은 말만 있어서 보면서 흐뭇해했던 기억이 난다. 흐뭇 뿐 아니라 뭔가 남의 연애를 들여다보는 느낌이어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 아이디어를 스팀잇에 적용해서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 해주세요' 시리즈를 해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오늘은 8월 21일 첫 연애를 했던 A의 생일이고 진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숫자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또 그걸 글을 쓰라는 계시라고 갖다 붙이는 나 자신이 그냥 웃겼다.

살면서 '이건 꼭 기억해야지' 하는 것들의 대부분을 잊어버리고 나이 탓을 하거나 머리를 안 써서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둥 뭐 별의별 핑계를 다 들이대곤 했었는데. 그 오래전 누군가의 생일을 생각해 내다니. 기억이라는 건 참 재미있는 시스템인 것 같다.

기억하니까 갑자기 그 생각이 나네…. 

>기억이 본인이 유리한 쪽으로 편집되어서 
사실과 다르게 기억이 저장될 수도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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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bach-56641_1920.jpg](https://ipfs.busy.org/ipfs/QmTGAgb6VFQik4ccYXTTLKBLMB4SNEU4veGGqWrHHFxRYe)

난 국민학교 시절에 일 년에 한 번씩 전학을 다녔다. 집안 사정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학교를 옮길 때 마다 텃세가 어느 학교든 있어서 꼭 싸움을 한바탕해야 서열을 정하거나 날 인정하고 그들의 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다. 나는 그 시절 축구나 피구나 발야구나 체육시간에 하는 대부분의 운동을 잘하는 편이었다. 운이 좋으면 점심시간 전에(꼭 점심시간에 그 반에 짱이 불러내거나 싸움을 시킨다. 넘버 3이나 넘버 5쯤을 시켜서 ㅋㅋ) 체육시간이 있어서 운동하고 나면 나의 운동 실력을 보고 자기들 편에 넣어 이기기 위해서 텃세 없이 끼워주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그 때가 3학년 때인 것 같은데 미아리 쪽에 무슨 절이 있었는데 화계사인가? 그 동네 학교였던 것 같다. 매해 그렇게 전학 때 마다 한 따까리씩 하다 보면 기억력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ㅋㅋ 하여튼 그 학교에서 3학년 1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를 보냈는데 그때 내 짝인 여자애랑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고 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친구의 얼굴도 대강 기억이 났고, 그 친구 집에 초대받아서 그 친구의 어머니가 잡채며 갈비며 맛있는 것을 많이 해주신 기억도 나고 그 친구 어머니가 글 쓰는 분이었다는 것까지 20년 가까이 기억하고 지냈으니 기억을 하면서도 '아 그 친구랑 내가 참 친했다' 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러브 스쿨 때문이었나? 그 친구와 또 다른 친구 하나와 연락이 닿았다. 그때 나는 홍대에서 카페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너무 반가워서 카페로 두 친구를 초대했다. 한 친구는 방금 말한 일 년간 내 짝이었던 여자 친구였고 한 친구는 나랑 같이 축구를 즐겨 차던 양복 집 아들내미였다. 우리는 거의 20년 만에 만나 옛날이야기들를 나누며 반가워하고 요즘 근황들을 이야기하면서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 짝이었던 친구가 말해주는 사실들과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사실들이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반대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말하기에는 나는 그 친구를 엄청나게 괴롭혔다고 한다. 책상의 반에다가 금을 그어 놓고 (심지어 공평하게 반도 아니고 내 쪽으로 넓게 -_-;) 거길 넘어오는 짝의 학용품이나 책을 연필이나 칼로 선을 따라 잘랐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 산 지우개도 반쪽이 되고 미술 시간에 필요했던 스케치북도 8절지가 아닌 이상한 모양이었다고 그 친구는 말을 했다. 내가? 정말? 내 짝이 말을 하는 내내 나는 정말 어마어마한 충격과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니 분명히 너랑 나랑 친해서 너희 어머니가 나 초대해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주시고 그랬잖아. 난 분명히 그렇게 기억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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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내 짝은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그 시절 매일 울고 들어오는 외동딸을 보면서 그녀의 어머니가 통제불능 꼴통인 그녀의 짝인 나를 어르고 달래기위해서 초대를 하셨고, 맛있는 것들을 해주시면서 그녀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고 한다. 대박 !!! 그녀가 매일 울었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어머니가 신신당부를 하셨다는 소리까지 듣고 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기억 상실이 있나? 다른 것들은 이렇게 기억나는 것이 많은데 어떻게 저 부분 딱 저 파트만 1도 기억이 안나지? 기억이 나든 안나든 시간 많이 지나서 내 짝은 웃으며 이야길 했지만 정말 미안했다. 정색을 하고 그때 정말 미안했다고 그리고 기억을 못해서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 후로 난 나의 기억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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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은 좋은 편인데 왜 편집을 할까?  연애한 기억들만 봐도 그렇다. 분명히 이별이라는 것을 했을 거고 내 기억에 내가 거의 차였으므로 분명히 아팠을 것이고 힘들었던 기억들도 많을 것인데 난 지난 연애를 떠올리면 좋은 것들 좋은 기분, 좋은 감정들이 먼저 떠오른다. 얘랑은 이래이래서 좋았고, 얘랑은 이때 이때가 참 좋았고.... 이것도 기억의 자동 편집이었나 싶었다. 곰곰히 떠올려보면 이별이나 아픔 상처 고통들도 떠올리려고 하니 기억이 나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먼저 떠오르는 것들은 좋은 것들이었다.

이별의 아픔이나 나쁜 기억들을 무의식이 날 위해서 지우는 것인가 생각한 적도 있고, 혹은 내가 너무 긍정적이라서 좋은 것만 떠오르나 생각한 적도 있고 나쁜 것도 기억은 하긴 하는데 좋았던 기억이 너무 커서 그게 먼저 떠오르나 생각한 적도 있다. 지금 기준에선 마지막이 가장 확률이 높다고 생각면서 살고는 있다. ㅋㅋ 대신 그때 내 국민학교 짝이었던 친구에게 했던 실수는 다시는 안하려고 노력한다. ㅜ.ㅜ 미안하다 친구야.


busy로 글을 쓰면 좋은 게 이거 읽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몇 단어째 쓰고 있는지가 나온다. 와 이걸 읽으려면 5분이나 걸린다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쭉 읽어 보니 정말 쓸데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다. ㅋㅋㅋㅋㅋㅋ 이럴때 쓰라고 있는

아몰랑

Bye~  ![15_갑니다가요~.gif](https://ipfs.busy.org/ipfs/QmYHTEvmd1iGeERXz9RtNGy4Ff5ZXQ3Bg1tmEaSWmCni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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